몇 해 전 중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3학년으로 편입하여 건축을 배우겠다는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 작은 주택 설계에서 그 학생은 놀랍게도 2년 이상을 배워온 다른 학생들보다 가르치기가 수월했으며 최종 성적도 매우 우수했다. 이는 건축을 배우는 최종 목표가 단순히 남다른 아이디어로 지어지는 집 자체에 한정되지 않고, 오히려 그 집을 통하여 이루려고 하는 절절한 가족애가 유학생의 설계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학생의 설계처럼 화려하게 꾸며지진 않았지만 그 설계엔 불편한 몸의 어머니 가사동선이 보였으며, 누이의 사소한 생활과 한때 단란했던 가족의 파티가 구성되어 있었다.
21세기 출발선에서 개최된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주제 '덜 미학적인, 그래서 더 윤리적인'(The City ; Less Aesthetics, More Ethics)은 새삼스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주제는'화려하게 꾸며진 가식적인 것보다, 검소하고 소박한 것이 사람에게 더 이롭다'는 뜻으로, 지금껏 건축을 부의 축재 도구로, 또 다른 탐욕의 대상과 수단으로 이용해온 것들에 대한 자발적 반성이기도 하며 건축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미학에서 윤리로 바꾸자'라는 용기 있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1."아돌프 로스는 미카엘 광장에 건축을 세운 것이 아니라 철학을 세웠다."(칼 크라우스'Karl Kraus)
문화적 퇴행, 혼돈, 각종 편파적이고 최악의 장식적 형태와 허식 등 세기말적 형상의 도시와 건축을 향한 선언적 건축으로 새로운 문화의 지평을 연 모더니즘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로스하우스(1907년'빈'오스트리아) 아돌프 로스(Adolf Loos).
#2."우리가 여기에 설계한 것은 집이 아닙니다. 바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을 설계하였습니다."(미스 반 델 로에'Mies Van der Rohe)
평지붕에 모든 벽이 백색 이었으며 전통적 건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새로운 주거형식으로 방들은 매우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불필요한 공간과 장식을 모두 배제하였으며 집은 더 이상 신분의 상징이 아니었다. -바이젠호프 주거단지(1927년 슈투트가르트'독일) 르 꼬르뷔지에 외 15인의 건축가
#3."~이 건축의 정면은 절경이다. 그것은 신성한 비례규율에 의해 대리석 위에 각인된 불멸의 기호이다."레이너 벤험(Reyner Banham).
합리주의 정신으로 무장한 이상으로 고전주의로의 답습에 저항하는 근대 건축양식의 범전이 되었다. -파시스트의 집(1932년'코모 밀라노'이탈리아).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
#4."세상이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미디어의 관심 끌기에 혈안이 되어 부질없는 사기행각으로 채워지고 있을 때, 미스가 만든 이 건축은 시적 진실함과 구조의 정직함에 대한 깊은 열망을 많은 사람들에게 일께워주는 참으로 신선한 자극제이다."프리츠 노이마이어(Fritz Neumeyer)
'적은 것이 더 풍부한 것이다'(Less is More)로 유명한 건축가로 최신 공법을 이용하여 구조적 합리성을 띤 보편적 공간을 주창했다. -베를린 국립미술관 신관(1962년'베를린'독일). 미스 반 델 로에(Mies Van der Rohe)
여기에 간단히 언급한 건축물들은, 개발최상, 고도성장의 명분과 천민 자본의 득세로 혼돈된, 일그러진 우리 도시와 건축에, 다시 기억하고 다듬어야 할 정신으로 조심스럽게 소개하였다. 이 건축물들과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사, 그리고 기꺼이 이 건축을 선택한 건축주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박수를 보내며, 아울러 이 소개가 현재 우리의 건축 시장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우선시 되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ADF건축 대표/건축사 김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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