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바다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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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바치느라

생의 받침도 놓쳐버린

어머니 밤늦도록

편지 한 장 쓰신다

'바다 보아라'

받아 보다가 바라보다가

바닥 없는 바다이신

받침 없는 바다이신

어머니 고개를 숙이고 밤늦도록

편지 한장 보내신다

'바다 보아라'

정말 바다가 보고 싶다

천양희

방금 올해 아흔넷 드신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여섯째예요. 여섯째가 누고? 이젠 금방 이름이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신다. 한참을 갔다 돌아오곤 하신다. 그 어머니 젊은 날 내 집 다녀가실 때마다 책상 위에 편지 한 통 써두어 나를 울게 하셨다. 고서체의 그 필체들, 아직도 누렇게 바랜 그 편지들 내게 있다. 그야말로 "바다 보아라" 버전인 것이다.

생의 받침을 다 놓친 어머니, "받아 보아라" 대신 "바다 보아라"에 어머니의 세월이, 눈물이, 고난이 고스란히 묻어있어 짐짓 눈시울이 저려온다. 다 바치고 그야말로 바다가 되신 어머니, 치마폭 대신 시퍼런 물결이 되신 어머니.

언어유희를 가미하여 페이소스를 전해주는 이 시를 읽으며 그간에 행한 시인의 작업이 유희를 거쳐 독특한 깊이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고난도의 비극은 웃으면서 울게 하는 것. 입가가 싱긋 올라감을 느끼는 순간, 어느 사이 마음이 흐느끼는 소리 들리지 않는가. '바다 보아라' 아무 말도 더 할 수 없게 하시는 세상의 수심인 슬픈 어머니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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