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22) 한국대중음악계에 던지는 짧은 소리…라디오방송

서구 개념의 대중음악이 처음 이 땅에 유입된 이래 대중음악의 주도권은 주류 미디어에 의존하는 모습이 보편적이었다. 특히 TV가 대중음악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후 좀처럼 권력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모습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차이를 찾자면 TV에 등장하는 음악이 다양하다는 점과 대중음악인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소품으로 취급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21세기 들어 영국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시청률이나 청취율이 가장 높은 때를 말하는 프라임타임대, TV보다 라디오가 인기를 누린 것이다. 광고 유치면에서도 TV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라디오는 오히려 늘어났다. 상업라디오방송인 '센추리FM'이 자신있게 '라디오의 광고 효과는 TV의 4배다'라고 할 만했다. 또 전국적으로 260여 개의 라디오 방송이 있는데도 4개의 라디오가 개국을 했다. 뉴미디어 시대, 라디오의 존립 여부를 고민하는 한국의 실정과는 다른 모습이다.

영국 라디오방송 성공의 중심에는 뉴스와 음악 채널이 있다. 9'11테러나 일본 동북부 대지진 같은 세계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뉴스 채널의 청취율은 일정 부분 높아졌다. 하지만 라디오 청취율의 꾸준한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은 음악 채널이다. 물론 영국 라디오 채널이 비틀스 시절 이후의 영광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영국도 보는 음악의 시대로 대변되는 1980년대 들어 청취율 하락을 경험했고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많은 방송사들이 존립 여부를 고민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라디오 방송이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록음악을 방송하는가 하면 고급 코미디와 클래식을 결합시키는 시도 등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목할 점은 어떤 형태의 방송이 제작되든 중심에는 음악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라디오의 부활을 고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봄 개편을 맞으면서 70'80년대를 풍미하던 대중음악 스타를 DJ로 내세우고 성인대상 채널의 고급화를 추구하는가 하면 전문적인 음악 장르를 프라임타임대에 편성하기도 한다. 라디오 제작자들은 라디오 방송이 아이돌 스타를 내세워 팬클럽을 통해 청취율을 확보하는 방식을 버리겠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대중음악계는 라디오의 움직임에 둔감하다. 노래 한 소절 부를 수 없는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에만 열심이다. 그러면서 음반이 안 팔린단다. 대중음악이 좋았던 시절을 다시 한 번 꿈꾸려면 라디오와의 교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라디오방송 또한 다른 미디어와 차별화된 다양성을 자존심으로 여기던 시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