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애완동물

식구들 귀가 때마다 짖는 '멍이'…"저 놈도 이제 우리 가족"

정대영 씨가 키우는 도마뱀.
정대영 씨가 키우는 도마뱀.

♥도마뱀 얼굴 너무 귀여워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 하면 개나 고양이, 햄스터를 생각하는데 나는 파충류를 즐겨 키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키울 만한 애완동물들 중에 도마뱀을 선택했다. 한 달 동안 도마뱀에 대해 공부한 후 부모님께 도마뱀을 키우겠다고 말씀드렸다. 모두 깜짝 놀라시며 반대했지만 결국엔 허락하셨다.

도마뱀은 육식성이고, 곤충을 먹는다. 하지만 순하고 이빨도 없어서 위험하지 않다. 파충류 중에서는 난이도가 '상'에 속하는 동물이니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집에서 기를 수 있다.

도마뱀은 아기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정말 귀엽다. 한번쯤은 이런 희귀한 애완동물을 길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09년 12월 24일, 우리 집에 온 '레오파드 게코'는 정말 겁이 많았다. 지금은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 예전에 겁 많던 모습은 없어지고 차가운 도시 여자가 되었다. 올해 봄, 서울에 직접 가서 이 녀석의 남편을 구해왔다. 이름은 '크레스티드 게코'다. 여름쯤이면 이들의 2세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또 한 마리 더, 친구가 우리 집에 맡긴 거식증에 걸린 도마뱀까지.

매일 도마뱀과 같이 생활하며 먹이를 챙겨주고 배설물을 치워주고 밀웜이라는 애벌레 먹이들 번식시키는 일까지 할 일이 무지 많다. 시험기간이면 정말 바쁘다.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거나 기르고자 한다면 그 동물을 어떻게 기르는지 정확히 알고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대영(대구 북구 서변동)

♥강아지에서 물고기로…

우리 아이들은 늘 동물 기르기를 목말라했다. 기르기 시작하면 그 모든 일이 나의 일이기에 나는 늘 반대를 했었다. 어린이집에서 달팽이를 가져온 그날부터 상추며 배추며 달팽이 밥 주는 일과 하루 한 번 청소해 주는 일은 나의 일이었다. 그렇게 세 달을 기르다가 이젠 집이 너무 작아 안 되니깐 풀어주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가창으로 나들이를 가 강가에 풀어줬다. 그렇게 나의 일이 끝났나 싶었는데 서문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를 얻게 되었다. 반찬가게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우리 애들이 강아지를 보며 귀엽다고 하니깐 가져가서 기를래 하면서 '순돌이'라는 이름을 가르쳐 주며 내어 주셨다. 난감했다. 거저 주는 놈을 안 받을 수도 없고 나의 일들을 생각하니 거절하는 것이 맞는데, 나와 반대로 두 아이는 만세를 불렀다. 그렇게 우리 집 식구로 순돌이가 들어왔다.

두 달 된 순돌이는 영리했다. 똥, 오줌을 가릴 줄 알았고 식구들이 집을 나갈 때면 안 보일 때까지 방울 소리를 내며 내다봤다. 6개월을 순돌이와 함께하다 이사를 하는 바람에 순돌이를 데리고 갈 수 없어 시골로 보냈다. 아이들은 잠시 이사 후에 데려오는 줄로 알았지만 집 안에서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순돌이는 지금껏 시골에 있다. 한 번씩 시골에 갈 때면 순돌이 좋아하는 고기만두 챙기기를 잊지 않는다.

순돌이 이후 한동안 조용하더니 한 달 전 둘째가 물고기 한 마리를 비닐 팩에 담아왔다. '프래니'라나! 그날 이후 지금껏 나의 일이 또 하나 늘었다. 배고프다고 아우성인 아이들과 함께 배고프다고 뻐끔뻐끔거리는 물고기까지 퇴근하기가 무섭게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

하루 전 받아 두었던 물을 바꿔주고 먹이를 주면 꼬리를 흔들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신나게 아래위로 다이빙을 해가며 즐거움을 준다. 일은 한 가지 늘었지만 주는 기쁨이 만만치 않기에 동물을 기르는가 보다. 프래니도 좀 더 따뜻해지면 금붕어들이 사는 못에 풀어주기로 했다. 오늘도 맛있는 것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프래니 때문에 퇴근길이 분주하다.

정수진(대구 수성구 파동)

♥김치·단무지에 과일까지 먹성 대단

"엄마, 이제 엄마가 좀 들고 가자. 무거워 죽겠다."

"네가 데리고 간다고 했으니까 네가 책임져."

"아, 견택조 정말 진상이다. 누나 놔두고 가자니까."

길가에서 딸이랑 나랑 아들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다.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튀어나와 있어 견택조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집 애완견 푸치는 잡종개 주제에 얼마나 팔자가 늘어졌는지 집 안에서 크는 것도 모자라 주말에는 우리 딸이 5㎏이 넘는 개를 안고 신천둔치까지 산책을 간다. 목줄 하고 끌고 가면 되지 왜 무거운 개를 들고 다니느냐고. 푸치가 겁이 너무 많아서다. 집에서는 정구공 하나만 물면 장난 치면서 박지성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다니고 옥상에 빨래 널러 가면 따라와 새를 쫓으며 빛의 속도로 헤집고 다니면서 밖에만 나가면 얼음이 된다. 아무리 목줄을 끌어도 꼼짝을 않는다.

우리 집에 와서 처음 외출 때 예방주사를 맞혀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건지 원래 겁이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집 밖만 벗어나면 달달 떨며 외출을 거부한다. 낑낑대며 신천둔치에 데리고 가도 내 무릎 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끔 바람에 구르는 나뭇잎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털이 날려 미용을 하려고 해도 손도 못 대게 해 늘 마취까지 하고 털을 깎아야 한다. 마취비가 얼마나 비싼데.

우리 푸치는 식성도 정말 독특하다. 커피를 마실라치면 달라고 하도 긁어서 안 줄 수가 없게 만들고 김치에 단무지, 과일까지 가리는 게 없다. 심지어는 몸에 좋은 걸 아는지 애들이 먹고 컵에 조금 남아 있는 쓴 한약이나 드링크도 한 방울 안 남기고 다 핥아먹지만 유독 생선은 입에도 안 댄다. 회를 줘봐도 거부하고 조개류 등 바다에서 나는 건 전부 안 먹는다. 그리고 개가 고기보다 고구마를 더 좋아한다. 자다가도 고구마 냄새만 나면 정말이지 벌떡 일어난다. 내 입에 들어가는 고구마보다 푸치 입에 들어가는 고구마가 더 많고 겁이 많아 외출 시 가족들을 고생시킬지라도 우리 푸치가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 있어줬으면 좋겠다.

김윤정(대구 남구 봉덕동)

♥"이층 새댁 올때도 짖어줘라"

내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대문 50미터 못 가서부터 우리 집 뽀삐와 멍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 집 식구 누구보다 내가 온다는 것을 먼저 알고 마구 짖어댄다. 집사람은 뽀삐와 멍이가 짖는 소리에 내가 오는 것을 알고 대문을 열고 나온다. 차가 대문 앞에 멈추면 우리 마당은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나를 반기며 1미터 정도는 뛰어오르는 뽀삐, 그 옆에서 덩달아 빨리 아는 체해 달라고 짖어대는 멍이를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어느 설문조사에 의하면 애완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 말에 나도 동의한다. 아침에 출근한 아들들은 오지 않았고 부엌에서 저녁 준비하는 집사람은 하루가 길기만 한데, 뽀삐와 멍이가 있어 든든함은 물론 짖을 때마다 가족이 한 명씩 오니 자꾸 짖기만 기다린다. 2년 전 우리가 이사오면서 지인으로부터 분양받아 기르기 시작한 뽀삐와 뽀삐가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인 멍이. 뽀삐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좋은 것만 배워 아무것이나 잘 먹고 씩씩한 멍이. 얘들아!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아, 참 뽀삐야 이층 새댁 오면 반갑게 짖어. 우린 한가족이잖아.

정성필(대구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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