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감정 입히고 의미부여하면 스토리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감정 입히고 의미를 부여하면 스토리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스토리가 출판, 뮤지컬, 전시, 관광상품, 만화, 애니메이션, 영상, 게임 등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자원이 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사실'(Fact)에 '허구'(Fiction)를 더하여 만든다. '팩션'(Faction)인 스토리를 만드는 일차적인 방법은 사실에 감정을 입히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실에 감정을 입히고 의미를 부여하여 스토리를 만든 사례는 여수시의 이순신 스토리텔링 중 우슬주, 우슬차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 변 씨가 여수의 송현마을에 기거하고 있었다. 어머니 변 씨는 평소 심한 관절염과 천식을 앓고 있었다. 효심이 지극한 이순신 장군이 하루는 송현마을 입구에 깔려 있는 '우슬'(牛膝)이라는 풀을 뜯었다. 어머니에게 달여 드리기 위해서였다. '우슬'이 어미니가 앓고 있는 관절염에 특효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슬을 한 아름 뜯고서는 욕심이 생겨 뜯은 우슬을 말 가까이에 내려놓고 더 뜯으러 갔다. 그런데 다시 돌아와 보니 뜯어놓은 우슬이 없어졌다. 이순신은 이상하다 생각하고는 말에 올랐다. 그런데 말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게 아닌가! 뜯어놓은 우슬을 말이 먹어치운 것이었다. 이순신은 어이없었지만 말을 쓰다듬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관절에 좋다는 우슬을 네가 먹었으니, 너는 이제 그 튼튼한 다리로 네 조국이 전쟁에서 이기는 날까지 힘차게 뛰어야 한다"고. 말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어머님이 계신 집까지 단숨에 달려가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었다고 한다.

여수시는 우슬이라는 풀에 '효심'과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입히고, '관절염을 낫게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지역관광상품인 '우슬주'와 '우슬차'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무형의 이야기가 감정을 부여받고 의미가 더해져 지역관광상품으로 발전한 것이다.

21세기는 스토리와 디자인의 시대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한민국의 학교에는 스토리도 디자인도 없다. 가수이자 음반기획자인 박진영은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보고 최소한 예술 분야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학교가 아니라 소년원을 선택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자유인 박진영다운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판에 박힌 수업을 받고 방과 후 학원에서 똑 같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데 과연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제 학교 수업에서도 지식에 감정을 부여하고 의미를 입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의 비결'이라는 책에는 학생들이 의미 없는 것을 외울 때는 의미 있는 것을 외울 때보다 10배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것을 잊어버리는 속도는 10배 빠르다고 하였다. 즉, 뇌 생리상 감정이 섞이면서 의미가 부여되어야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청은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운동의 일환으로 우수 작품에 대한 출판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출판지원 도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생물 수업시간에 배운 주요 개념인 Rh-, 배란주기, 호르몬, 색맹 등을 스토리로 만들어 놓은 책이 있다. '동생에게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라는 책이다. 출판사의 편집장 이야기로는 정말 재미가 있다고 하였다. 아무리 어려운 교과 내용도 이야기에 담기면 재미가 있다. 나아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획일적 교실수업의 탈출구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