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후반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 때처럼 개들이 행복한 시절을 구가한 적도 없을 듯하다. 그야말로 개 팔자가 상팔자였다. 5대 쇼군(將軍)이었던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가 권좌를 이을 아들을 얻지 못한 덕분이었다.
답답한 쓰나요시는 당대의 고승이었던 류코(隆光)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전국시대 통일 과정에서 이에야스를 비롯한 조상들이 저지른 수많은 살생의 업보 때문이라며 '살상 금지령' 공포를 권했던 것이다. 이것이 '동물 애호령'으로 비화되면서 특히 개에 대한 광적인 보호 지침으로 변질되었다. 쇼군 쓰나요시가 마침 '개띠'였던 까닭에 개를 학대하거나 잘못 건드렸다가는 목이 달아나거나 중형을 피하기 어려웠다.
개들이 싸움하는 것을 말렸다가 개 학대죄로 처벌을 받는가 하면, 개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고 벌을 받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졌다. 언제 닥칠지 모를 '개 재앙'이 두려워 사람들 사이에는 '개는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했다.
에도(江戶'도쿄의 옛이름) 중심지에는 유랑하는 개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개 전용 아파트'가 생기고 '개 호적대장'까지 만드는 판국이었다.
문제는 그 같은 '개 사랑' 난리법석에도 쓰나요시는 아들을 얻지 못했다. 애꿎은 백성들만 '개 같은' 낭패를 겪으며 살게 하고도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자신 또한 '개망신'을 당한 꼴이나 다름없다. 소수의 선택받은 개에 불과하지만 개가 최고의 호사를 누리는 곳이 또 있다.
북한의 김정일 가족은 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애완견 구매와 관리에 수십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프랑스'스위스 등에서 셰퍼드와 시추 등 애완견 수십 마리씩을 들여와 기르는데, 최고급 사료와 샴푸 그리고 의약품 등 애견 용품도 매년 수입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애완견의 건강검진을 위해 프랑스 수의사의 항공료와 특진비에만 1만 달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애완견은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의 지방 현지 시찰에도 동행을 한다니 그 개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쓰나요시 쇼군 시절에 버금가는 후환이 뒤따를 것은 불문가지이다.
하루 끼니조차 때우지 못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이 이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세 폐지해라"…이재명 블로그에 항의 댓글 1만여개 달려
탁현민 "나의 대통령 물어뜯으면…언제든 기꺼이 물겠다"
尹, 한동훈 패싱 與 지도·중진 ‘번개만찬’…“尹-韓 앙금 여전” 뒷말
“환자 볼모로 더 이상 집단 행동 안된다”…환자 보호자 “하루빨리 협상해야”
김건희 여사, '디올백' 소유권 포기…국가 귀속 의견서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