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화하는 보건소] 병원 못잖은 시설·서비스…진료비 저렴

보건소가 달라지고 있다. 예방접종이나 해주는 옛날의 보건소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설과 진료수준이 낙후된 곳' '노인들이나 어려운 이웃이 이용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보건소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다.

요즘 보건소는 과거 특정 질병 중심의 공공의료기관 역할뿐 아니라 건강한 삶에 필요한 다양한 진료 프로그램으로 주민의 질병 예방과 치료는 물론 건강증진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 보건소 맞아?

이달 15일 오후 3시. 대구 수성구 상동에 있는 수성구 보건소 1층 민원실. 넓은 공간 곳곳에 안락의자와 큼지막한 둥근 소파가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간에 자리 잡은 대형 TV 앞에는 노신사 3명과 어린이들이 소파에 앉아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남섭(78·수성구 파동), 원부돌(87·수성구 수성1가) 어르신은 어깨가 불편해 한방진료 후 침을 맞았다고 한다. "요즘 보건소는 싸고 친절해서 좋다"며 "평소 보건소에 자주 와서 진료를 받는다"고 말한다. 박헌영(83·수성구 범어3동) 어르신은 동기 모임에 갔다가 약주를 한잔하고 집으로 가던 중 휴식하기 위해 보건소에 들렀다는 것. "요즘 보건소는 옛날 보건소가 아니지. 친절하고 진료도 잘해주고 정말 최고라니까!"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들은 보건소 민원실에서 우연히 만나 말동무가 된 사이다.

한쪽에는 30대로 보이는 젊은 주부가 진료 대기자 번호표를 뽑은 후, 컴퓨터 앞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한 '건강계단' 팻말이 눈에 띈다. 진료실까지 건강계단을 이용해서 걸어 올라가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치로 설명하고 있다.

수성구 보건소에는 하루에 300∼400여 명의 민원인이 방문한다. 월요일에는 500여 명이 넘는다. 방문객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진료 분야는 일반진료와 한방진료, 물리치료, 치과 치료 등으로 구분돼 있다.

검사는 빈혈검사부터 혈액형 검사·간염검사·소변검사·임신반응검사·성병검사 등과 운전면허증 적성검사도 무료로 해준다. 요즘 가장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모자보건사업과 어르신 정책이다. 이와 함께 아동·여성·노인·장애인·정신보건 사업까지 주민들의 건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보건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 동네 보건소 확! 달라졌어요.

과거의 보건소는 주로 예방접종과 취약 주민에 대한 진료, 결핵 및 성병 환자 치료, 전염병 관리 등 1, 2차 예방사업만을 담당했다. 그러나 요즘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건강증진센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동네 보건소에서 다양한 진료 혜택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직도 보건소 출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보건소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 때문이다. 너무 저렴한(?) 진료비는 오히려 취약한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으로 생각하거나, 진료 내용과 시설 면에서도 질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보건소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다. 요즘 보건소는 예방접종뿐 아니라 임산부 산후관리, 건강종합검진, 금연클리닉 등 폭넓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소 의료혜택

보건소에서도 일반 병·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주요 진료 업무는 크게 4가지다. 의과, 치과, 한방, 결핵진료다. 의과 진료에서는 일반 진료 및 각종 임상 검사와 방사선 검사 그리고 물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물리치료는 집에서 가까운 보건소를 이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현재 보건소 진료의 본인부담금은 500~1천6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하다. 65세 이상 주민과 기초생활 수급자는 전액 무료이며, 영유아들은 국가 필수예방접종 11종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간기능검사·소변검사'혈당'혈압검사 등 건강검진도 가능하다.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 진료도 하기 때문에 평일에 이용하기 어려운 직장인도 이용할 수 있다.

◆보건소는 건강 지킴이

범국가적으로 출산장려정책에 초비상이 걸린 요즘, 보건소마다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는 '모자보건사업'이다. 임신·출산·육아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을 펼치며 모두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임산부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다양하다. 보건소에 임신 사실을 등록하기만 하면 정기적인 건강진단과 함께 분만 전까지 산전관리를 받을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임신하자마자 보건소를 찾아가 등록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어르신들의 치매예방 정책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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