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공고 일대 흥륜사 터 가능성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전해지고 있는 경주공고 내의 배수공사 터에 대한 수습발굴조사 보고서인 국립경주박물관 학술조사보고 제23집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2008년 10월 경주시 사정동, 경주공고 운동장 주위 배수구를 설치하는 공사 중 많은 유물이 출토돼 수습조사에 착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단은 수습된 토기를 분석한 결과, 이 유적 일대가 본격적으로 점유되기 시작한 시기는 6세기 전반(약 520~540년)이며 그 중심시기는 8, 9세기로 추정했다.

와당의 경우도 6세기 전반의 연화문 와당이 존재하며 통일신라시대에 크게 유행한 세판'중판연화문 와당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와당으로 장식한 중요건물이 6세기 전반에 들어서서 통일신라시대까지 번성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초석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 교정에 놓여 있는 방형초석들은 주좌(柱座) 한 변의 길이가 105㎝에 달하는 초대형으로 황룡사의 목탑지와 중금당지, 강당지에서만 확인되는 가장 큰 초석군과 크기가 같았다.

따라서 경주공고 일대는 황룡사 등 대형건물과 비견되는 신라불교 초기에 건립된 대형사찰이 있었음이 분명해졌다.

이번에 수습된 '王(?)興…'자가 새겨진 와편의 명문을 '大王興輪寺'의 일부라고 본다면 이 사찰은 흥륜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동안 이 일대는 544년에 완공된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지로 추정됐지만 지금까지 이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조사가 공사로 인한 수습 조사에 지나지 않았지만 논란이 돼온 흥륜사의 위치 문제뿐만 아니라 왕경의 정비와 확장 문제 등 이 지역의 성격을 밝히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대곤 학예실장은 "유구의 존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의 임의 굴토는 잘못된 일이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와 관계당국의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주공고의 이전과 함께 이 일대에 대한 전면적인 발굴조사로 지하에 묻혀 있는 유적의 전모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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