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낀듯 안낀 듯 편한 안경…" 3대가 안경 한우물 'I.O.C Glass'

3대째 안경만 고집하고 있는 I.O.C Glass는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는 안경 회사다.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안경을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3대째 안경만 고집하고 있는 I.O.C Glass는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는 안경 회사다.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안경을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김도형 대표.
김도형 대표.

'청출어람(靑出於藍)'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말은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한다. 이 말이 딱 어울리는 기업이 바로 'I.O.C Glass'다. 대구에서 티타늄 안경을 생산하는 이곳은 안경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기업이다. 김도형(31) 대표는 할아버지부터 시작된 안경 산업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아 'I.O.C Glass'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아버지의 기술이 더 낫고, 그러한 아버지에게서 기술을 배운 김 대표의 기술이 더욱 나으니 쪽빛보다, 푸른색보다 더욱 푸르다 할 수 있다.

◆가문의 영광

I.O.C Glass는 2008년 설립된 신생 안경업체다. 하지만 그 내력을 무시할 수 없다. 'International Optical Corp Glass'의 약자인 I.O.C Glass는 한국에 안경산업을 선도한 '국제셀루로이드'의 후신 '국제광학'의 영어식 표현이다. 김도형 대표는 '국제셀루로이드' 설립자인 고(故) 김재수 회장의 손자다. 일본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안경회사를 경영했던 김재수 회장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자본과 시설을 대구에 투자해 국제셀루로이드를 설립했다. 바로 한국 최초 안경 산업의 시작이었다. 이후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태홍 전 대표가 '국제광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가업을 이어받았다. 김도형 대표는 "나의 회사를 만들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I.O.C Glass로 명칭을 정했다"며 "뿌리는 그대로 하되 세계를 넘보는 신기술을 갖춘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안경일을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김 대표는 21살 때인 2001년부터 아버지 밑에서 안경을 만졌다. 올해는 그가 안경 일에 뛰어든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안경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나에게는 안경에 일생을 바치신 할아버지와 안경밖에 모르는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젊은 나이에 안경을 만졌지만 실패를 맛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2003년 자신의 안경기술을 더욱 갈고 닦기 위해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의 안경 메카 후쿠이현에서 4년 가까이 일본의 안경 기술을 전수받았다.

일본에서 안경에 대해 공부하던 중 김 대표는 티타늄 안경이 앞으로 안경산업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티타늄 안경 제작을 위한 기술과 기계 등 모든 것을 연구했다. 이후 2007년 한국에 들어와 이듬해 I.O.C Glass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I.O.C Glass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티타늄 안경 제작 업체다"며 "3대째 안경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기술을 걸고 하는 '가문의 영광'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가문의 영광'은 외가에도 이어진다. 영화배우 김정은 씨가 이종사촌 누나다. 그는 "사실 누나가 우리 선글라스 모델을 해준 적도 있다"며 "언젠가 세계적인 안경 업체가 되면 누나에게 제대로 보답할 생각이다"고 웃었다.

◆기술로 승부한다

I.O.C Glass는 이미 이탈리아의 '발디니니' '마리엘라부라니니'와 일본의 '시티즌' 등 다양한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 판매하며 패션안경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I.O.C Glass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이곳은 국내 최고의 티타늄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앞선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티타늄 설비를 들여와 대구에 공장을 차렸다. 그는 "아직 한국과 일본 안경의 차이는 공정상에 있다. 공정상의 미세한 차이를 극복해야 일본을 넘을 수 있다"며 "기계뿐 아니라 용접용 '아르곤'도 양질의 것을 고르기 위해 일본과 국내를 수차례 오갔다"고 강조했다.

티타늄 안경의 장점에 대해 그는 "가볍고 모양의 변형이 없다는 점 외에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며 "특히 전자파 차단과 음이온 발생 등 인체에 유익한 점도 매일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이들에게 좋은 점이다"고 주장했다.

기술력 외에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3D 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한 I.O.C Glass는 3년 전부터 3D 안경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결국 렌즈 제조업체인 '3D POLEX'와 손잡고 3D-편광 기능 렌즈를 개발했고 현재 특허개발 일원으로 렌즈의 판권을 일부 소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I.O.C Glass는 3D 기능을 갖춘 선글라스인 'BONNIEALEX'를 선보였다. 클래식한 보잉 스타일의 선글라스는 야외에서는 선글라스로, 실내에서는 3D 안경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사물의 형태를 왜곡현상 없이 볼 수 있으며 모든 각도의 편광을 필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김 대표는 "이 렌즈는 일반 편광 선글라스 렌즈에 비해 견고한 특성이 있다"며 "3D 겸용 선글라스는 편리한 기능에 비해 가격은 일반 편광 선글라스 수준이어서 안경점의 신규 고객 창출 등 안경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의지의 기업

I.O.C Glass는 25명의 직원이 수작업으로 안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조그마한 회사다. 하지만 직원들 모두 안경 산업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는 의지로 뭉쳐 있다. 한 직원은 "다루기 힘든 일본산 기계와 밤늦게까지 씨름하며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천편일률적인 안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기계에는 손수 사용법을 한글로 적어 붙인 설명서가 보였다. 또 사무실 한쪽에는 '원가가 적당해야 하며 품질이 좋아야 하며 정직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김 대표는 시력이 나쁘지만 안경을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안경을 만들 때마다 착용하고 이상이 없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기 위해서다. 그는 "안경을 계속 쓰다 보면 거기에 익숙해져서 작은 불편함도 찾아내기 힘들다"며 "가장 이상적인 안경은 착용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좋은 안경 고르는 방법을 묻자 김 대표는 "안경을 사용하는 분들이야 다 아시겠지만 회사와 브랜드, 디자인, 품질 등이 어우러져야 좋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안경을 패션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얼굴과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대를 이은 안경일을 4대에도 물려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단호히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정말 재능이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겠지만 그보다 안경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충분한 사람이 안경일을 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 같다"며 "우리 회사가 세계 안경 시장을 이끌어 나갈 위치가 되기 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물려줄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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