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비도 엄연한 가족" 토끼 키우는 박성규·최원숙 씨

박성규·최원숙 씨 부부는 김천의 한 아파트에서 11년 1개월여 동안 토끼를
박성규·최원숙 씨 부부는 김천의 한 아파트에서 11년 1개월여 동안 토끼를 '친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박용우기자

"토끼도 우리 가족이죠. 10년 넘게 같이 생활했는데 집에 들어와 보이지 않으면 정말 궁금합니다."

김천의 한 아파트에서 11년 1개월여 동안 토끼를 키우고 있는 박성규'최원숙 부부. 이들에게 '토비(토끼의 애칭)'는 정말 자식이나 다름없다.

이들 가족은 2001년 3월부터 토비를 키우기 시작했다. 작은 딸 지언(21) 씨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생일선물로 토끼를 사달라 졸라서 집에 들였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때 토비는 갓 젖을 뗀 생후 20일 정도로, 당시 2만3천원을 주고 구입했다.

부부와 딸 2명 등 4명 가족이 토비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토끼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서로 사다 나르고 목욕도 주일마다 시키고 아파트 발코니에 잠 자는 곳과 화장실 등을 만들었다.

집에서 토끼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들은 "털이 제일 문제"라며 "가는 솜같은 토끼털이 날려 집안 구석구석에 쌓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2, 3차례 털갈이를 하는데 이때는 토끼를 밖에 데려가 털을 털어주고 자주 목욕을 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청소'목욕문제로 가족간에 잦은 실랑이도 벌인다. 또 송곳니가 자꾸 자라나 이를 갈아줄 판자나 골판지 등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이 집에는 문틀'가구나 햇빛 가리개까지 토비의 송곳니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다.

작은 딸은 "잠 잘 때는 거실에서 꼭 사람처럼 드러누워 잔다"면서 "기분 좋으면 코를 벌렁거리는데 무척 귀엽다"며 토비의 습관을 얘기했다.

가족은 "그동안 토비를 키우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1년 전 토비가 장시간 목욕 후 기진맥진, 동물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며 "병원 의사가 통상 애완동물로 키우는 토끼의 경우 3~4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데 10년을 키운 것은 거의 드문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

토비는 어느덧 할아버지 토끼가 됐다. 통상 토끼의 수명이 길어도 14~15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토비는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나이다.

집 주인 박 씨는 "몇년 전만 해도 성질이 대단해 물려고 달려들기도 했는데 이젠 늙었는지 대변을 흘리고 주변을 어지럽혀 보기에 안쓰럽다"면서 "주변에서 내다 버려라고 하지만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집에서 키울 생각"이라고 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들 가족은 "토비로 인한 집안청소'목욕 문제로 가끔 식구들간 충돌(?)도 있지만 막내인 토비 때문에 가족간 대화가 많아졌다"고 웃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