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석묘·立石 곁에 있어도…' 문화재 방치하는 대구시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대구시 수성구 상동의 빈 공터에 방치돼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대구시 수성구 상동의 빈 공터에 방치돼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수성구 상동 수성랜드 주차장 한편. 우두커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서너 개의 바위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대구시 기념물 제12호인'상동지석묘군'고인돌이다. 자녀와 이곳을 찾았다는 김민선(32'여) 씨는"자주 이곳을 찾는데 주차장 경관을 위해 장식한 돌인 줄로만 알았다"며 "문화재라면 보호하는 펜스도 없이 방치돼 누가 문화재인줄 알겠냐"고 했다.

#.대구 동구 용수동 팔공산 종주 등산로. 86번 표지판 앞 갈림길에서 등산객 대부분은 동봉으로 표시된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대구시 유형문화재인'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자리한 왼쪽 길로 들어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안내판도 보이지 않았다. 시민 이준혁(22) 씨는"인근에 석불이 있다는 기억이 나서 찾았는데 한참 걸렸다"며 "팔공산 안내지도에도 사찰과 등산코스, 음식점만 있을 뿐 문화재 표시는 전혀 없다"고 했다.

행정당국은 물론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문화재가 방치'훼손되고 있다.'대구엔 볼거리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해마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줄고 있지만 대구시는 그나마 있는 볼거리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 관리는 뒷짐=대구 달서구 진천동 선사유적공원의 '진천동 입석'은 대구시와 달서구청의 관리 부실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청동기시대에 세워진 사적 제 411호인'진천동 입석'은 보호 장치가 없어 어린이들이 놀이터로 이용하는 등 훼손이 심각하다. 이곳 공원 관리원은 "바위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시민들이 입석에 들어가는 것을 제지하고 있지만 일일이 다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금석문연구회 이봉호 대표는 "발굴 당시의 탁본이 있는데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광개토대왕릉비처럼 입석을 보호하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 안내판도 허점투성이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가 있는 팔공산에는 문화재 안내판보다 등산로 안내판이 더 많다. 동구 송정동 심천랜드온천 앞 삼거리에서 2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송정동 석불입상'을 찾으려면 30분 이상 길을 헤매야 하고'신무동 삼성암지 마애약사여래입상'은 팔공산 안내지도를 들고서도 40분가량 걸렸다. 지도에 표시된 석불의 위치가 잘못된 탓이었다.

대구시 문화재위원인 대구한의대 김세기 교수(관광레저학과)는 "대구시는 관광자원으로서 문화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내판 설치와 관리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라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런대도 대구시는 올해 문화재 안내판 설치 용도로 1천만원의 예산만 배정했다. 정성길 동산박물관 명예관장은 "설치 인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1천만원으로 몇 개의 안내판을 설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디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알려야 사람들이 찾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관광자원 개발도 뒷전=올해 대구방문의 해를 맞았지만 대구시는 정작 좋은 관광거리를 방치하는가 하면 관광자원 개발도 게을리하고 있다. 시가 이달 초 발표한'2011 대구방문의 해 실행계획'은'알맹이'가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는 총예산 61억여원 중 관광상품 개발에는 10%도 채 되지 않는 5억5천만원을 배정했다.

한국관광산업 전형규 연구원장은"대구시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색다른 관광자원 개발이나 기존 자원의 홍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 수성구 욱수천의 '공룡발자국'을 사례로 들었다."좋은 관광자원임에도 보호시설이 없고 2001년 발견 이후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요."

대구컨벤션뷰로 박영호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것은 좋은 관광자원이 된다. 공룡발자국을 보기 위해 경남 고성이나, 전남 해남까지 얼마나 많은 대구시민들이 찾아가는지 시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세기 대구한의대 교수는 "중구 동산동'청라언덕'의 경우 유명한 가곡'동무생각'의 탄생장소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이라며 "소소한 관광자원에 스토리를 입히면 의외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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