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꿈 싣고 날아라! 자유를 향해… '모형항공기' 대회를 가다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모형항공기에는 항공과학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들은 모형항공기를 만들면서 하늘을 날고, 비행기도 우주를 누비는 꿈을 키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모형항공기에는 항공과학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들은 모형항공기를 만들면서 하늘을 날고, 비행기도 우주를 누비는 꿈을 키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모형항공기를 만들 때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원리를 분명히 이해하고,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야 좀더 멀리, 높게 나르는 비행기를 만들수가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모형항공기를 만들 때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원리를 분명히 이해하고,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야 좀더 멀리, 높게 나르는 비행기를 만들수가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꿈이다. 그것은 단순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거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의미하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잡을 수 없는 이상향이나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창공을 가르는 '비행'에 대해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막연한 동경과 설렘부터 생기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렇지만 실제로 직접 비행기를 운전하거나 전투기를 조종하는 일은 극히 일부에게 국한된 일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작은 모형항공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상쾌함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종이비행기에서부터 글라이더, 고무동력기, 수백만원에 육박하는 무선조종장치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이들을 통해 느끼고 싶어하는 기분은 단 하나다. 바로 '자유'.

◆항공과학의 대명사, 모형항공기

1980년대 학생들에게 항공과학의 대명사는 비행기도 로켓도 아닌 바로 모형항공기였다. 지금 30, 40대가 된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억의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1979년부터 공군에서 모형항공기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 글라이더나 고무동력기 등의 모형항공기 한번 만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 만들었던 모형항공기에는 앞으로 하늘을 날고 우주를 누빌 것이라는 꿈과 희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모형항공기가 '옛 추억'으로 전락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해마다 열리는 모형항공기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심지어는 이를 '취미'로 즐기는 이들도 상당수다.

송태호(20'사진) 씨는 매년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모형항공기 대회에 8년째 참석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대회에 출전하면서 모형항공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지금도 심심풀이 삼아 밤새 모형항공기를 만들 정도로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인구도 꽤 되는데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취미로 모형항공기를 즐기는 이들이 상당수이다 보니 가장 큰 규모인 공군참모총장배대회를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행사들이 1년에 3, 4차례 정도는 마련된다.

마니아들이 이야기하는 모형항공기의 매력 중 하나는 '만드는 재미'다.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기쁨이 쏠쏠하다. 좀 더 높이, 좀 더 멀리 나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듬고 붙이는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얼렁뚱땅 대충 만들어서는 통하는 방법이 없다. 정성을 쏟는 만큼 결과로 정직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큰 묘미는 '비행'에 있다. 공들인 내 작품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물론 몇 초도 제대로 날지 못한 채 땅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지만 그런 실패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제대로 날아오른 비행이 더 짜릿함을 가져다주는 법이다. 태호 씨는 "수많은 실패 끝에 얻어지는 성공을 통해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이 모형항공기를 만드는 재미"라고 했다.

◆글라이더? 고무동력기?

모형항공기가 고무동력기와 글라이더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크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면서 기본적인 항공 원리를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수작업 비행기로 꼽힌다. 매년 전국의 공군부대에서 모형항공기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11전투비행단장 황성돈 준장은 "공군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고, 비행의 기본원리를 모형항공기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마다 스페이스 챌린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면서 "이런 작은 관심으로 시작해 앞으로 하늘과 우주를 누비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비행기는 크게 추력, 항력, 양력, 중력의 네 가지 힘으로 하늘을 난다. 이 힘들은 각각 비행기의 앞, 뒤와 위, 아래로 작용을 하게 된다. 추력은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을 말한다. 항공기의 엔진이나 고무동력기의 고무줄과 같이 앞의 공기를 끌어당겨 뒤로 보내면서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항력은 이에 반대되는 힘으로 바로 공기의 저항 등을 말한다. 여기서 비행기를 붕 뜨게 만드는 것은 바로 양력이다. 유체역학의 핵심 법칙 중 하나인 '베르누이 법칙'이 적용되게 된다. 상대적으로 바람의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느리면 압력이 높아지는 것. 볼록하게 만들어진 날개 윗부분의 압력은 낮아지고 아랫부분의 압력은 커지면서 이런 압력의 차이 때문에 비행기가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양력'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고무동력기와 글라이더의 차이는 어떤 동력을 이용하는가에 달렸다. 고무동력기는 말 그대로 고무줄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고무줄을 3~5배 정도 더 길게 당긴 뒤 고무줄을 감아 그 풀리는 힘을 추진력으로 사용하게 된다. 반면에 글라이더는 별도의 동력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줄을 이용해 글라이더를 먼저 높은 고도에 올려놓은 뒤 비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을 토잉(towing)이라고 부른다. 글라이더의 비행은 토잉 후 비행기에서 실과 연결된 고리를 빼내 자유비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체공시간을 측정하게 된다. 하지만 좀 더 큰 날개를 가질수록 날기가 쉬운 것은 당연한 터. 이 때문에 대회에서는 비행기의 규격을 제한하고 있다.

◆공부하는 만큼 멀리 난다

이달 16일 대구 공군기지 11전투비행단에서 열린 '2011 스페이스 챌린지'에서는 수천 대의 모형항공기가 하늘로 비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중 대다수는 몇 초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리꽂히거나 바람에 비틀비틀거리기만 하다 맥없이 가라앉고 말았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 모형항공기를 만든 학생과 부모들은 허탈한 비명을 쏟아냈다.

이것은 원리를 알지 못한 채 단순히 모형항공기를 순서대로 조립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나뭇살과 종이로 만든 모형 비행기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항공과학이 그대로 숨어 있기 때문에 아는 만큼 멀리 난다.

비행기 날개를 만들 때는 뒤틀림을 최소화하고 좌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면에 따라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종이는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름 없이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종이를 팽팽하게 펴기 위해 물을 뿌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날개를 뒤틀리게 만들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모형항공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중심을 맞추는 것이다. 하늘로 날아오르긴 했지만 상승하지 못하고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추락하는 것은 비행기의 뒷부분이 무겁기 때문이다. 반대로 날자마자 앞부분부터 바닥을 향해 내리꽂히는 것은 앞이 무거운 경우. 이럴 때는 날개 부분을 앞뒤로 움직여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지렛대의 원리를 떠올리면 쉽다. 앞이 무거울 때는 날개를 앞으로 이동시키고, 뒤가 무거우면 뒤로 조금 움직여주면 된다.

비행기를 날릴 때는 바람을 마주보고 날리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바람의 세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바람을 마주보면서 위쪽으로 향해 비행기를 던지면 맞바람을 타고 높은 고도에 빠르게 올라서기 때문이다.

고무동력기를 날릴 때는 여분의 고무줄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센스다. 고무줄이 터져 애써 만든 비행기를 제대로 날려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혹 고무줄을 많이 감았을 때 발생하는 열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윤활제를 바르기도 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