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최근 경산시에서 공무원 2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보면 경산시에 있어 4월은 분명 잔인한 달이다.
이달 4일 K(54'5급)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체육공원 기계실에서 검찰수사과정에서의 가혹 행위를 고발하고, '시장님 힘내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씨는 장문의 유서와는 다른 경산시장의 비리 혐의를 담은 또 다른 문건을 지인에게 남기고 떠났다. 과연 K씨가 이 세상에 남기려고 했던 진실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숙제만 남겼다. 망자가 남긴 유서 중 검찰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논란에 대해서는 대검에서 감찰을 진행 중이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21일에는 경산시보건소에 근무하는 J(45'6급)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보건소 앞에서 극약을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J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승진하는 과정에서 고충이 많았다' '민원실에서 근무를 하다 보건소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적응에 어려움이 있어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등 망자는 말이 없는데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25일 고인이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영정만이 자신이 근무했던 보건소를 다녀갔다. 유족 가운데 한 사람이 "승진을 한 뒤에도 화장품 값을 달라고 했다. 경산시장학회에 장학금을 내라고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경산시의 인사비리를 고발한 것이다. J씨의 유족은 새로 집을 장만하느라 대출을 받는 바람에 빚까지 진 어려운 상황에서 승진을 한 후에도 누군가가 뒷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산시청 주변에서는 인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무성했다. '승진을 하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 '시장이 쓴 책을 사야 한다' '경산시장학회에 장학금을 얼마 내야 한다'는 등의 말이다.
경산시 승진 인사 등과 관련한 각종 비리혐의에 대한 의혹들은 앞으로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모두 '내 탓이오'라는 자책과 반성이다. 더 이상 공무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경산시장은 J신부가 최근 지역신문에 남긴 글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경산시가 정의의 횃불을 들 때 시민의 사기가 진작되고, 희망찬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정의구현은 지금 경산시장님이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최소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민심수습책을 발표해야 할 때이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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