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면 나서나…' 박근혜, 고뇌의 유럽길

"2선서 방관만 하지말라" 여론 확산…손학규 견제 필요성도

4'27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이 나자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 관계자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전면 등장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오가고 있어 친이-친박 갈등 구조가 근간을 이루는 한나라당 내부 역학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계기사 2'3'4면

패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박 전 대표를 향해 "2선에 물러나 '방관'만 하지말고 전면에 나서 위기 속의 당을 구원하라"는 사인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2004년 '차떼기 정당' 이미지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천막 당사'로의 이전 결단으로 당을 구했던 '매직'을 다시 한 번 보여달라는 것이다.

28일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국 방문길에 오르는 박 전 대표는 큰 시름에 빠졌다. 나설 수도,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하면서 '텃밭 수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박-손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박 전 대표 자신의 입지도 위협을 받게 됐다. 서울에서도 이곳에서 만큼은 안전하다는 서초, 강남, 송파, 강동이라는 '강남벨트'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서울'수도권 몰살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이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대권과 당권을 분리토록 한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권 주자도 당권을 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28일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구성키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실질적으로 맡아 수습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 전 대표도 언제까지나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외면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틀에서 상생과 화해를 이어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친이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도 화해 모드로 나가는 것은 물론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하지만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주장은 친박 진영 안에서도 나온다. 갈수록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장밋빛보다는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4'27 분당을 패배로 수도권 민심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는데다 강원도 역시 야성(野性) 지역임을 재확인했으며, 신공항 백지화 이후 영남권 민심도 동요 기미를 보이는 등 예사롭지 않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비상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또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승리하면서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가 다소 희석됐는데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간접 방식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지원에 나섰던 엄기영 후보가 의외의 패배를 당하면서 소위 "약발이 달린다"는 이야기마저 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원내 진입으로 대선 예비 후보군 속에서의 손 대표의 위상이 높아진 동시에 박 전 대표의 독주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대선 레이스에서의 여야간 심각한 불균형 구도도 상당 부분 개편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흐름을 해결할 당사자가 바로 박 전 대표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다. 당장 여권에서는 유럽 특사 일정 이후 가지게 될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박 전 대표가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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