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금기 음식, 오해와 진실

구수한 청국장을 즐겨 먹으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 항응고제인 와파린이라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이다. 비타민K는 와파린의 효과를 감소시키는데, 녹황색 채소류, 시금치, 브로콜리 및 청국장에 많다. 차에 함유된 탄닌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빈혈약을 복용한 후 1시간 정도는 녹차, 커피 및 홍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잔탁, 펩시드, 파모티딘 등 위궤양 치료제도 카페인 음료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혈중 카페인 농도가 높아져 신경과민,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항암치료 중에는 균이 있어 보이는 음식은 피한다. 생선회, 젓갈류, 아이스크림, 김치 등이다. 위나 대장 수술 후에 감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위석(胃石)이라고 하는 단단하게 뭉친 덩어리가 위에서 생길 수 있는데, 흔한 원인이 감이기 때문이다. 저나트륨 소금은 나트륨 함량은 줄인 대신 짠맛을 유지하기 위해 염화칼륨을 첨가한다. 염화칼륨은 대부분 신장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이를 많이 섭취할 경우 호흡 곤란은 물론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소화시키기 어려운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 정도 알고 있으면 정보의 홍수에서 헤매이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속설도 있다. '감기에 사과를 먹으면 심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과의 성분 중 중요한 것은 당분과 유기산과 펙틴이다. 당분은 10~15%가량 들어 있는데 과당과 포도당으로 흡수가 잘된다. 유기산은 0.5%가량 들어 있는데 사과산, 구연산 등이다. 이 산은 우리 몸 안에 쌓인 피로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펙틴은 1~1.5%가량 들어 있는데 장의 운동을 자극하고, 또 유독성 물질의 흡수를 막고 장내 이상 발효도 방지해주기 때문에 변비에 좋다. 비타민C가 많다는 것을 보면 오히려 감기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하루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암환자는 커피를 마시면 안된다고 알고 있다.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없다. 커피에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클로로젠산, 카페인산 같은 항암물질이 함유돼 있다. 커피에는 오히려 결장암이나 직장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식에 든 화학물질의 용량이 독(毒)과 치료 효과를 결정한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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