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진정한 행복

"돼지감자는 감자처럼 푸근푸근하지 않고 설컹거렸지만 그런대로 진득거리고 쌉싸름한 맛이 있었다." "찌개가 맛깔지게 뚝배기에서 끓었다." "작자는 수긋하게 떨어뜨렸던 고개를 들고 빙긋이 웃으며 이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옆구리를 간지르다." "성격이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앞서 열거한 문장에 나오는 '쌉싸름한' '맛깔지게' '수긋하게' '간지르다' '까탈스럽기로'는 전부 잘못된 표기이다.

'쌉쓰름하다'는 조금 쓴맛이 있는 듯하다는 '쌉싸래하다', '맛깔지다'는 입에 당길 만큼 음식의 맛이 있다는 '맛깔스럽다'의 잘못이다. 또 '수긋하다'는 흥분이 꽤 가라앉은 듯하다는 '수굿하다', '간지르다'는 살갗을 문지르거나 건드려 간지럽게 하다는 '간질이다', '까탈스럽다'는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럽게 까탈이 많다는 '까다롭다'의 잘못된 표기이다.

우리말 표기를 할 때 모르고 있어서 잘못 쓰기도 하지만 착각하여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신문에서 각종 오류를 바로잡는 나 자신도 가끔 착각을 하곤 한다. 한정된 시간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 교정자는 순간적인 착각에도 독자들의 호된 질책이 뒤따르기에 늘 긴장의 연속이다.

'착각'은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책갈피 속에서 어쩌면 할아버지의 체취라도 맡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착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석이를 믿는 마음도 있었고 말을 하고 보니 운이 나빴고 억울한 것은 자신이라는 착각도 들었다."로 쓰인다. '착오'는 착각을 하여 잘못한 또는 그런 잘못을 말한다. "담당자의 착오로 문제가 발생하였다." "모든 일이 착오 없이 잘 풀려 간다."로 활용한다.

'착각'은 외부의 자극이나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하는 객관적인 현상이며, '착오'는 외부의 자극이나 사실에 대하여 어떤 이유로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하는 주관적인 현상이다.

가끔씩 '나는 진정 행복한가?' 라고 자신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진정 행복하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잠시 느끼는 만족을 행복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삶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은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든 그것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그 안에 이미 언젠가는 그 기쁨을 잃어버릴 허망한 미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도 우리가 하는 행동, 하고 있는 일, 추구하는 이상이 영원한 것에 가 닿아 있지 않으면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믿고 무엇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며 살아가야 한다. 생활 속 착각이 아닌 영원한 행복을 위해서.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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