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부품회사 조립설비 제조 전문 영일엔지니어링(주)

"공장 자동화 라인 누가 만들까? 바로 우리죠"

영일엔지니어링(주)의 직원들이 해외에 납품할 자동화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영일엔지니어링(주)의 직원들이 해외에 납품할 자동화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중 하나인 전동식 조향장치. 영일엔지니어링은 이를 만드는 자동화기계 설계 및 설치가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자동차 부품 중 하나인 전동식 조향장치. 영일엔지니어링은 이를 만드는 자동화기계 설계 및 설치가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사람이 우리 회사의 재산입니다."

어느 공장을 가더라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넘쳐난다. 도대체 이런 기계들을 누가 만들어내는 것인지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공장 조립 라인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그만큼 기술력이 중요한 것. 자동차부품 산업의 중심인 대구에서 전동식 조향장치 제조라인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있다. 영일엔지니어링㈜은 30여 명의 작은 인원으로 전 세계 자동차 부품 회사에 기계라인을 납품하는 '인재 중심 기업'이다.

3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영일엔지니어링. 4천366㎡의 드넓은 공장은 생각보다 텅 빈 곳이 많았다. 한 직원은 "얼마 전 해외에 기계라인 납품을 끝냈다"며 "공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복잡한 기계들을 내보내면 한동안 이렇게 텅 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바닥에 수많은 부품들이 다음 프로젝트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일엔지니어링은 1994년 설립된 자동화기계 전문 제조업체다. 자동차부품 중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전장장치, 압축기 장치 분야의 자동화기계 설비가 주력 산업이다. 역사는 짧지만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제어장치 전문가로 근무했던 최태원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회사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전에 다니던 회사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에 납품을 마치지 못한 채 부도가 났다"며 "부도가 났지만 남은 직원들과 회사에 납품을 끝내자 만도에서 내가 사업을 계속하면 계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첫 사업장 문을 열기도 전에 '신뢰'와 '믿음'이라는 큰 자산을 얻은 것이다.

만도 회사의 말을 믿고 최 대표는 1994년 당시 받은 퇴직금 350만원으로 '영일엔지니어링'을 차렸다. 13.2㎡짜리 좁은 사무실 하나와 경리를 담당하는 아내 이창은(현 대표이사) 씨가 전부였다. 영일엔지니어링은 자본이 두둑하거나 딱히 기반도 없었지만 '실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첫 계약은 약속대로 '만도'에서 시작했다. 장기간에 걸친 제동장치 부분 프로젝트를 끝내고 손에 쥔 돈이 250만원이었다. 최 대표는 "정신없이 일했기 때문에 딱히 감흥은 없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회사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IMF가 닥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기업이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 살과 뼈를 깎으며 버텼지만 무너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영일엔지니어링은 단 한 명의 직원 감소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 회사의 자산은 '사람'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대신 임금을 80%만 받는 것으로 직원들과 합의했다"며 "직원들의 노력이 회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힘든 시기를 넘기면서 회사가 서서히 살아난 것은 꾸준한 투자 덕분이었다. 자동화기계 산업이 단순 조립을 넘어 테스트를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영일엔지니어링은 2005년 서울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영일랩스를 설립했다. 대구의 영일엔지니어링은 아내인 이창은 대표이사가 맡고 영일랩스는 최태원 대표가 맡으며 본격적인 부부 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꾸준한 연구와 개발 덕에 영일엔지니어링은 2006년 '톰슨라모울드리지'(TRW:Thompson Ramo Wooldridge Inc)라는 회사와 계약을 했다. TRW는 자동차와 전자, 항공우주기기용 부품 등의 생산으로 연매출액이 20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 2005년까지 현대모비스와 협력해오던 TRW가 영일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을 보고 반해 먼저 협력 제의를 해왔다고 한다. 최 대표는 "덕분에 해외시장에 진출을 하게 됐다"며 "중국과 미국, 프랑스, 브라질, 슬로바키아 등 세계 곳곳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자동화기계 설치를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일엔지니어링의 성장 비결은 꾸준한 연구다. 다른 조립라인이 부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영일엔지니어링은 한 회사의 전체 기계화장비를 직접 설계'시공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기계화장비 설계에만 1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를 위해 설계직원이 회사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설계와 함께 실제 설치를 위한 기술자들도 회사의 큰 자산이다. 특히 현장 기술력을 갖춘 대표이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그만큼 성능이 보장된다.

꾸준한 기술력은 협력업체들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영일엔지니어링은 현재 현대모비스와 한라공조, 발레오, TWR, 델파이 등과 일하고 있다. 최태원 대표는 "지역 중소기업에서 드물게 2007년 현대모비스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됐다"며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70억원의 매출이 지난해 150억원으로 껑충 뛴 영일엔지니어링은 올해 또다시 200억원의 매출을 노리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시장을 계속해서 노리는 '인재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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