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나가던 손학규 FTA역풍…"말뒤집기 행보" 맹비난

민노·진보신당, 민주당 갈지자 행보 비판

4일 통과된 한·EU FTA 비준안을 놓고 뭉치던 야권이 쪼개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하면서 이날 참석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민주당의 갈지(之)자 행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4'27 승리로 기세를 올리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한'EU FTA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결국 여'야'정 합의를 뒤집었다. 손 대표는 FTA에 찬성이었지만 이날 오전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결국 최고위원 등 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와 민노당의 압박에 결국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는 빠지면서 여당의 단독 처리를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5일 한 라디오에 출연,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야합으로 정치적 신의를 버렸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이에는 야권연대가 가장 중요한데 민주당은 이번에 이를 저버렸다"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4일 한'EU FTA 처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이중적인 모습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마라톤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를 선언한 손 대표는 여야 모두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비판하고, 여권 내부에서는 "연대 정신을 쉽게 봤다"는 항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손 대표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충분한 보완대책 없이 FTA를 통과시키는 것은 중산층의 바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이미지는 다소간 손상을 입었다.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EU 및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논란은 오는 10월을 전후해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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