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SBS 월화극 '마이더스' 출연 장혁

조선 최고 추노꾼에서 '차도남' 변신

강렬한 눈빛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배우 장혁을 만났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무뚝뚝한 낯빛에 간간이 퍼지는 미소 등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묘한 매력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장혁은 SBS 월화극 '마이더스'의 촬영이 고된지 부쩍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 이끌어가는 제작진이 더 힘들다"며 "전문적인 경제드라마는 거의 처음이라 사투를 벌이며 창작하고 있지만 여러 번 호흡을 맞춰 본 스태프들이라 마음은 잘 맞는다"고 씽끗 웃어보였다.

"도현은 버라이어티하지도 않고, 답답할 정도로 틀에 갇혀 있죠. 감정변화도 별로 없고. 그런데 한 번 감정을 토로하는 순간 그 흡입력은 상당합니다. 도현에게는 윤리적인 틀이 없어요. 목적성을 가지고 공부한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공부였던 것이죠. 건실한 사업가로 성공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의무보다 단지 '그것이 행복인지 아닌지'를 막연히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드라마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는 캐릭터를 완벽히 분석해 도현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극 중 도현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남다른 자아가 형성됐다. 장혁은 도현과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가 장남이시라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았어요. 현대건설에 다니셨는데 사우디나 이라크에 가면 월급보다 수당이 많으니까 그곳으로 가서 일을 하셨죠. 1년에 보름, 한 달 정도밖에 못 만나니 어린 나이에는 많이 아쉬웠죠."

그는 잠시 회상에 젖는 듯하다 다시 말을 이으며 "아버지가 출국하실 때 동생과 어머니와 공항으로 배웅을 간 적이 많았는데, 그때 어머니가 우시는 모습이 창가에 비치더라"며 "내가 맏이여서 그런지 '나는 울면 안 되겠다'고 느껴 아직도 슬픈 영화를 볼 때 누가 옆에 있으면 꾹꾹 참는다. 그래서 울음을 터뜨리질 못한다"고 공개했다.

눈물이 없다는 말에 '추노'나 '마이더스'에서 뚝뚝 흘린 눈물이 인상적이었다고 화답하자, 그는 "작품 속에서는 합법적으로 울 수 있잖아요"라며 환히 웃어보였다. 가족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인지도 물었다.

"제가 생각하는 제일 멋있는 남자는 '아버지'입니다.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인내할 수 있다는 자체가 멋있잖아요. 저는 굉장히 평범한 아빠예요. 여느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하지 않죠. 배우라는 생활이 평범하지 않다 보니 사적인 데서 평범함을 지키기도 쉽지 않네요."

연기자들은 오랜 시간 집을 비우거나 밤늦게 일과를 마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장혁도 역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빠지만 그만의 독특한 철학을 주장해 새로웠다. 그는 "인상 깊게 보낸 한 번이 인상 깊지 않은 여러 번보다는 낫다는 주의"라며 "요즘 목 근육이 강화됐다. 목마 때문에.(웃음) 아이들 체력을 못 따라가겠더라"고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아들 바보'였던 것이다.

가족에게 편안함을 느껴서일까. 그는 '배우'로 사는 삶을 즐기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의 재미있는 점이 나의 과거를 작품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과 새로운 것을 계속 접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이에 따라, 시점에 따라 마음에 드는 캐릭터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런 점을 살려 도현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어느덧 30대가 '조금' 넘은 그는 "이 순간이 배우로서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장혁은 "남자 인생의 가장 황금기가 30, 40대라고 하더라"며 "위치도 있고 경험도 풍부하고 건강과 젊음도 있을 때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인생의 버퍼링이 이 순간만큼은 조금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귀여운 바람도 전했다.

장혁은 인터뷰 내내 거의 오르내림이 없었다. 시종일관 눈빛이 담백했다. 말은 입으로 전하지만 마음은 눈으로 전하듯 그는 기자와 눈으로의 교감도 나눴다.

"연기를 할 때 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눈이거든요.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도 눈인데요. 잘생기고 멋있진 않아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웃음)

사실 '제2의 누구' '한국의 ○○○'이란 타이틀을 언론은 즐겨 쓴다. 뭔가 의미를 좀 더 강조하거나 꾸미고 싶을 때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장혁에게 선택권을 줬다. '어떻게 불렸으면 좋겠나'라고. 그랬더니 그는 "건방진 얘기 같기도 한데요. 그냥 '장혁'으로 불리고 싶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듣기 위해 그럼 '색깔'로 자신을 표현해달라고 했더니 "색깔이란 것도 솔직히 모르겠다"며 "느끼는 바는 분명히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아직 '~ing'인 상황"이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어 "이것도 저것도 해보면서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에 놓여 있는 것 같다"며 "색깔을 알고 가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든다"고 답했다.

"이덕화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몇 작품을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이 즐겁다'라고요. 저도 나이 들어 여든이 됐을 때 그랬으면 좋겠어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면 죽음을 초월한 듯 '호상일 거야. 호상이지'라는 대사가 있는데, 저도 제 스스로 그런 감성 지키는 배우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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