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AIST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 등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스트레스를 받기 십상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트레스에 예외가 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쉽게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명상에 대해 알아봤다.
◆스트레스는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인가
20세기 후반 스트레스를 처음 과학적으로 연구한 내분비학자 한스 셸리 박사는 "스트레스란 사람에 도전적인 것이고 삶에 유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오래 작용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작용하면 몸이 더 이상 이겨내지 못해 병이 생길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자극적이고 일의 능률을 올리며 삶을 흥미롭게 한다. 그러나 비록 좋은 도전거리라도 지나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면 과부하가 걸린다. 문제는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스트레스 대처법 '명상'
스트레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몸과 마음을 적절하게 쉬게 하는 명상, 기도, 요가, 기공 등의 마음수련법이다. 동양에서 비롯된 마음수련법은 약물치료를 위주로 하는 현대의학이 등장하기 전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의학의 핵심이었다.
최근에는 마음수련법의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명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일어나 혈압, 심장박동률 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명상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창의성, 자아 실현감, 운동 수행 능력까지 증가한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명상연구의 선두주자인 하버드 의대 벤슨 교수는 명상으로 인한 심신의 효과를 '브레이크 아웃'이라고 정의한다. 브레이크 아웃이란 힘겨운 일에 매달려 끙끙거리거나 고통받고 있을 때 한발 뒤로 물러서거나 집착하고 있던 대상을 내려놓고 깊은 이완(명상)에 들어가면,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면서 창조적인 사고, 영적인 통찰능력, 수행 능력의 비약적 증진 등을 경험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마음챙김명상
마음챙김명상(MBSR)은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의 준말로서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으로서 명상과 요가를 활용하는 심신수련법이다.
동양의 오랜 전통에서 전해져오는 '마음챙김' 또는 '알아차림' 즉 온전히 깨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림으로써 깊은 내면세계를 성찰하고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방법을 현대인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재개발한 것이다.
동양전통에 토대를 둔 MBSR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 교수가 25년 전부터 개발하여 미국과 유럽의 의료장면에서 적용해왔으며, 지금도 미국 유수의 대학병원들이 환자 치유에 활용하고 있는 기법이다.
이 MBSR을 토대로 한국인의 명상전통에 맞춰 개발한 것이 K-MBSR이다. 개발자인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는 2005년 영국 국제인명센터 100대 교육자에 등재된 심리학자이자 명상교육자이다.
MBSR 프로그램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명상과 요가를 통해 매 순간 깨어있도록 하고 깊은 신체적'정신적 이완상태를 유도해 심신의 조화를 회복하게 해준다. 이런 효과는 이미 현대의학에서도 검증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수련기술을 생활화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MBSR은 처음에는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의 치유 프로그램이었으나 지금은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일반인, 직장인, 노인, 청소년에까지 널리 적용되는 심신건강법으로 자리잡았다.
문의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대처연구소, 053)428-4281.
◆호흡명상
마음챙김에서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명상법이다.
앉아서 눈을 감고 복식호흡명상을 한다. 코끝에 의식을 집중하고 호흡이 콧구멍을 통해서 들어갈 때와 토할 때, 곧 콧구멍을 통해서 호흡이 바깥으로 나갈 때의 느낌에 주의를 집중해 호흡한다.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그 생각으로 잠시 옮겨갔다가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잡념이 든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한다.
이번에는 집중 대상을 코끝에서부터 아랫배 쪽으로 옮겨본다. 호흡이 들어올 때 아랫배가 불록해질 정도로 나오게 하고 토할 때 쑥 들어가게끔 하복부 운동에 주의를 집중한다. 하복부 운동에 집중하면서 잡념이 날 때는 '생각이 났구나' 의식하고 그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하복부운동으로 의식을 돌린다. 숨을 들이마시고 뱉어낼 때 다른 생각이 나더라도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아랫배로 돌아온다. 명상이 끝나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1년째 호흡명상에 심취한 김지연(41'박사과정) 씨는 "학교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성격이 예민해지고 일상이 힘들었다"며 "호흡명상을 통해 마음을 내려놓으니 스스로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보행(걷기)명상
마음챙김에서 호흡명상 다음으로 보행명상을 들 수 있다. 보행명상을 통해 땅을 밟을 때 느껴지는 느낌에 집중하면 자연을 당신 품 안에 안을 수 있다.
초보자는 한 시간 정도 보행명상을 하면서 20분 정도는 왼발과 오른발에 집중한다. '왼발'하면서 왼발을 들어서 놓고 '오른발'하면서 오른발을 들어서 놓는 것을 20분 동안 계속한다.
이렇게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 중 가벼운 것은 그냥 지나치면서 보행명상을 계속하고, 반복적이고 떨칠 수 없는 생각이 나면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고 다시 걸으면 된다.
나머지 40분은 3단계 걷기로 '발을 들고, 발이 가고, 발을 놓고'를 반복한다. 만약 보행명상을 30분 정도 한다면 10분은 왼발, 오른발을 하고 나머지 20분은 들고, 가고, 놓고를 하면 된다.
조금 진전되면 왼발, 오른발을 10분 정도 하고 나머지 20분을 3단계인 들고, 가고, 놓고를 하고 나머지 30분은 의도를 챙기면서 한다.
들 때 그냥 드는 것이 아니라 들려고 한 번 하고 들고, 가려고 한 번 하고 가고, 놓으려고 한 번 하고 놓는 3단계를 한다.
◆먹기 명상
예를 들어 건포도를 먹으면서 우리의 모든 의식을 건포도 한 조각에 집중하는 훈련을 먹기 명상이라고 한다. 모든 생각을 바깥에서 자신의 마음 속으로 되돌려놓는 훈련이다.
우선 오감(五感)을 통해 건포도를 손에 쥐어 만지고 자세히 살펴보고 귀에 대보고 비벼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는다. 20여분 동안 진행한 뒤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킨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건포도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난감하지만 몇 번 계속하다 보면 건포도의 촉감이 알 하나하나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귀에 소리를 댈 때도 모두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음 속에 있는 오감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가지도자인 이혜경(43'여) 씨는 "먹기 명상을 통해 탐식을 버리고 음식을 적당히 먹을 수 있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비롯되는 모든 욕심 또한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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