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등반가 엄홍길

아름다운 약속을 지킨 '산사나이'

지난 4월 26일, 현재 대한산악연맹 이사를 맡고 있는 김재수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 대장은 국내 산악인으로는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한 다섯 번째 산악인이 되었다. 김 대장보다 앞서 완등한 산악인으로는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오은선으로 이들 모두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달성하였다.

14좌란 히말라야산맥과 카라코람산맥에 걸친 8,000m 이상 고봉을 가리키며, 1986년 이탈리아의 산악인 라인홀트 매스너가 완등에 처음으로 성공하였다. 히말라야 고봉은 히말라야의 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고 할 만큼, 아무에게나 정상을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완등한다는 겸손한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등산 역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산악인이 바로 14좌 완등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엄홍길이다. 그는 2005년, '휴먼원정대'를 결성하여 히말라야로 떠난다. 이미 정복한 산에 그가 목숨을 걸고 다시 올랐던 이유는,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 도중 탈진으로 사망한 절친한 후배인 고(故) 박무택 대장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해발 8,750m 지점의 절벽에서 박 대장의 시신을 발견한 엄 대장은, 시신을 붙들고 "무택아! 무택아!"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한없이 울었다. 산악인 엄홍길, 그가 산악인의 대명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가 지닌 따뜻한 마음에 있다고 본다.  

'휴먼원정대'는 민간산악인 세계 최초로 정상을 공격하는 등반이 아닌, 산에서 잃어버린 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무덤을 만들어 안치하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등반대로 이를 결성한 사람이 엄홍길이다. 그는 산악인들이 오르내리는 등반루트 한복판의 눈보라 속에 방치되어 있는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지 않고는 더 이상 또 다른 정상 등정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시신을 수습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했으며, 그 아름다운 약속을 지킨 사람이다.

'엄홍길'(嚴弘吉) 그는 1960년 9월 14일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의정부시 도봉산 망월사 계곡으로 이사를 했다. 덕분에 산은 그의 유년 시절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엄홍길' 그의 이름은 성명학적으로는 다방면으로 좋은 이름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이름은 식신(食神)과 편관(偏官)이 동주하는 이름으로 군인, 경찰 등 강한 직업에는 좋으나,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사업을 하는 기업인의 이름으로 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옛 역서를 보면 식신과 편관이 동주하면 부귀하거나, 크게 이름을 날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50대 50인 이름라고 볼 수 있겠다.

동료 산악인들이 그를 독재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의 이름에서 나오는 성격에 의한 것이다. 단호하고, 독선적인 이름이다. 남의 말을 잘 듣기보다는 혼자서 판단하고, 결행하는 성격이 산악인으로서는 최적의 성격일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동료들의 생명이 걸려있는 극한 상황에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소중한 생명을 보존해야 하는 곳에서는 딱 맞는 이름의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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