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월, 가족은 사랑이다] 한지붕 아래 4대, 송인섭 옹 가족

할아버지 등에 탄 손자…아버지는 기타 치고…

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자기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있는가? 모두 태양의 빛을 받은 주변의 별들이 보내주는 빛을 받아 또 다른 빛을 발산하는 것이 아닌가. 가족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없는 내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부모, 형제자매는 힘든 세상살이에 서로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핵가족 시대인 요즘 이제 더 이상 대가족을 이룬 가정은 찾아보기 힘든다. 하지만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송재용·권명교 씨 가정은 직계 4대가 함께 산다. 요즘에 보기 드문 가족 구성이다. 4대를 소개하면 이렇다. 송인섭(92)·고병옥(95) 어르신의 아들 부부 송재용(67·평양신학대 교수)·권명교(62·주부) 씨, 그리고 이들의 큰아들 부부인 송상훈(37·부동산컨설팅 대표)·이춘화(34·피아노학원 경영) 씨, 둘째아들 부부인 송병규(36·제과점 경영)·이윤주(34·각북중학교 음악교사) 씨, 그리고 상훈 씨의 자녀 송주영(13) 양·주승(11) 군, 병규 씨의 자녀 주경(7) 양·주왕(4) 군 등 모두 12명이다. 둘째아들 병규 씨 가족은 일요일 오후엔 어김없이 본가에 합류하여 저녁식사를 함께한다. 현대판 대가족의 정겨운 장면이다.

4대가 함께 생활하는 데도 세대 차이는 크게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늘 가족이 함께함으로 인해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할아버지 등에 올라타거나 큰아버지 품에 안겨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면서 장난을 친다. 전형적인 '열린 가정'이다.

그 해법은 바로 '배려'와 '순종'이다. 부모는 자녀들을 한결같이 사랑으로 대하고, 자녀들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순종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모든 식구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희생'이 몸에 배 있다. 누구 한 사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스스로 가정의 규칙을 일궈 나간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들은 '믿음'과 '사랑', 그리고 '희생'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90대 초·중반인 송인섭 할아버지, 고병옥 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해 장수 집안의 상징이다. 송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아직도 우렁차다. 건강유지의 비결은 '운동'과 '소식'이라고 답변하신다. 일단 저녁식사를 하신 후에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 있어도 '야식'을 절대로 드시지 않는다. 그리고 오후 9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5시가 되면 일어나 동네를 걷는 운동을 시작하신다. 매일 아침 동네 어르신들의 모임에도 꼬박꼬박 출근(?)하신다. 자신의 건강관리에는 엄격한 규칙을 지키고 있다. 고 할머니는 25년 전 중풍으로 오른쪽이 마비된 후에도 아직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불편한 몸에도 하루종일 성경을 읽거나, 집안에서 운동을 한다.

대가족의 중심엔 송재용'권명교 씨가 있다. 재용 씨는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쾌활한 성격에다 음악을 좋아해 늘 기타를 연주하며 온가족이 노래하는 분위기로 이끈다. 매주 월요일에는 대명동 평양신학대학에서 교회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집안의 분위기는 주부의 몫. 2대 며느리 명교 씨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눈물겹다. 아직 감성은 소녀다. 둘째아들 병규 씨는 "우리 엄마는 18세에 성장이 멈춘 상태"라며 "아버지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시는 모습을 아직도 애잔한 사랑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며느리들도 대가족에 대한 불편함은 별로 없다고 한다. 큰며느리 춘화 씨와 작은 며느리 윤주 씨는 대학(음대 작곡과) 동기동창이다. 묘한 인연이다. 춘화 씨는 대학 시절인 22살 때 상훈 씨와 결혼했고, 친구집에 놀러왔던 윤주 씨가 병규 씨를 만나 결혼했다. 두 며느리가 친구 사이라 동서간 불협화음은 없다. 두 며느리는 한결같이 착한 심성을 지녔다. 부모님에 대한 공경심과 남편에 대한 존경심은 주위에 소문이 자자하다. 큰 며느리 춘화 씨는 "결혼할 때도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두 며느리의 모습에서 '가정의 행복은 절대 물질이 최고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느끼게 한다.

송 씨 집안은 소문난 '음악가족'이다. 2대 재용 씨는 젊은 시절 가수 지망생이었지만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가수의 꿈을 접었다. 송인섭 할아버지는 "당시에는 반대했지만, 그때 가수를 시켰으면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고 아들을 칭찬한다. 음악성은 그대로 대물림됐다. 3대 상훈 씨와 병규 씨 형제는 거의 프로 수준이다. 두 며느리도 모두 음대 출신이다. 이처럼 뛰어난 음악성을 물려받아 4대인 손자'손녀 4명은 모두 노래와 춤에 뛰어난 '끼'를 지녔다. 할아버지가 기타를 들고 찬송가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온 가족은 어느새 화음을 이루고, 손자들은 손뼉을 치면서 따라하거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북돋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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