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천도교의 어린이날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

화창하게 맑은 날씨 속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산 68번지 구미산(龜尾山) 자락의 잔디밭에서는 어린이, 부모 등 100여 명이 모여 조촐하게 어린이날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식순에 따라 아침부터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이곳은 동학(천도교)을 일으킨 경주 출신의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가 득도하여 성지로 삼고 있는 용담정(龍潭亭)이 위치한, 천도교의 발상지였다.

경주 시내에서 약 6㎞쯤 떨어진데다 다시 산속으로 20여 분을 걸어야 하는 '외진' 곳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열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어린이들과 천도교와의 남다른 관계에 대한 천도교 청년회 경상도연합회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니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천도교의 3대 교주이자 3'1 만세운동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손병희의 사위가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1899~1931)이었다. 그의 애틋한 어린이 사랑이라든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인간평등, '사람 섬기기를 하늘처럼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 그리고 1921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과 함께 최초 어린이 운동 제창 등 천도교의 어린이에 대한 남다른 배려를 들을 때까지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년을 맞아 이날을 '어린이의 날'로 선포하고 첫 어린이날 행사도 치렀다. 이후 1923년 4월 17일 다른 종교의 소년단체와 연합하여 조선소년운동협회를 조직하여 해마다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세계 최초의 '어린이 헌장'이라 할 수 있는 '소년운동의 기초 조항'도 발표했다고 천도교 자료는 밝히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이런 사연 때문일까. 천도교 중앙총부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 그림 대회 작품들을 모은 달력을 제작, 전국에 나눠주었다. 역사책의 동학(천도교) 창시자 최제우가 태어나고 묻힌 천도교의 발상지에서 자신들을 아꼈던 방정환과의 사연을 되돌아본 어린이들에게 시골 산속 외떨어진 곳에서의 조촐한 어린이날 행사는 그래서 더 남달라 보였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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