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불기 시작한 쇄신 바람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다.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이 변화의 진정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나라당, 쇄신주도권 싸움 본격화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9일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무려 142명이나 된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해 선거일 전 40일 이후 첫 토요일에 완전국민경선을 신청한 모든 정당이 동시에 당내 경선 ▷경선 참여를 희망하는 유권자는 누구나 투표소를 방문해 원하는 정당의 경선에 참여 ▷중앙선관위가 경선 관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공천권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도 쇄신 바람을 등에 업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비주류인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쇄신풍의 주도권을 쥔 이들은 당권 주도권까지 노리겠다는 기세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를 비토하면서 황우여 발(發)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면서 반MB 진영으로 국민에게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화두는 '구시대 정치 청산'이다.
친박근혜계는 이런 쇄신바람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소장파와 제휴하면서 황 원내대표 체제를 만든 이들은 '박근혜 역할론'과 '세대교체론' 사이에서 소장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이다. 친이계가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로 분화한 것도 기회다. 박 전 대표 역시 "내년 총선에서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기세가 등등해졌다. 친이상득계와도 손잡은 분위기다.
◆민주당, 쇄신과 인재영입 본격화
집권 여당에서 쇄신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자 민주당도 나섰다. 4'27 재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원내로 진입한 손학규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기 변신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민주당도 이 흐름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하며 혁신과 통합의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 조직 체질을 바꾸고 공천 개혁을 이끌면서 신선하고 깨끗한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3일 실시될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주자들도 당의 쇄신 간판에 가장 걸맞은 인사가 자신임을 내비치며 표몰이에 나섰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유선호 후보는 ▷당의 진보적 정체성과 개혁성 강화 ▷인적 쇄신 ▷야권 연대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 후보는 "중도 실용 노선 속에 정책 입안 능력을 키워 수권 정당의 면모를 다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참여 정부 때 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후보는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수도권 공략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모두 공천 혁명을 외치며 쇄신과 변화를 모토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의중이 누구에게 실릴지가 관건이다.
◆야권도 쇄신밖에 없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9일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야권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서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하향식 공천 폐지, 국민경선제 도입을 천명했다.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큰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바로 그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선진당은 변웅전 신임 대표가 내년 3월까지 당 쇄신과 내년 총선, 대선 준비를 맡는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내고도 패한 국민참여당은 '당의 진로-2012년 총선, 대선, 그 이후까지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의 인터넷토론을 통해 당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독자노선이냐, 민노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의 통합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성향의 야권에서도 이런 정치권 쇄신에서 어떤 행보를 이어나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의도 정치권에 불고 있는 쇄신바람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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