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모집 전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0학년도에 모집 정원의 57.9%, 2011학년도에 60.7%였던 것이 2012학년도에는 62.1%로 높아졌다. 더구나 이번 입시부터는 수시모집에도 미등록 충원 기간을 두기 때문에 정시 이월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수시모집은 더욱 주목해야 하게 됐다.
하지만 지역 학생들의 수시모집 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각 대학별 다양한 전형 요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어떤 전형이 자신에게 맞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이 8~10일 제2회 대구진학'진로박람회를 개최했다. 개인별 맞춤식 수시 대입 상담과 대학별 수시 전형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 수시 입시 창구를 열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박람회 현장을 들여다봤다.
◆심층면접, 어떻게 하나
"학생들은 성적, 어른들은 재산 등 숫자로 개인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다원화, 거대화된 사회에서 개인에 대해 깊은 이해를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있으니 사람을 이해하는 데 객관적인 지표가 기준으로 쓰일 수밖에 없죠."
8일 상원고 후관 3층에 마련된 심층모의면접관에선 토론면접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심층모의면접관 수시 전형, 특히 면접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올해 박람회부터 신설됐다. 토론면접에 참가하기 위해 둘러앉은 학생은 6명이었다.
이들이 받아든 인용문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발췌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로 시작해 친구의 성격과 취미 등에 대해선 묻지 않고 친구 아버지의 수입을 궁금해하거나, 아름다운 집 얘기를 하면 막막해하다 얼마짜리 집을 봤다고 해야 감탄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용문 아래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는 두 가지 관점을 대비시켜보고 우리 사회 분위기는 어떠한지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 주저하던 학생들은 일단 말문이 터지자 사회자 없이도 각자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영남권대학연합팀 소속 우근태, 최미숙 입학사정관은 구석에 앉아 이들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말하는지는 물론 말투, 자세 등을 꼼꼼히 지켜봤다.
토론 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은 탓인지 김모(고 3년생) 군 등 참가 학생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떨렸어요. 나름대로 일관성 있게 주장을 펼치려고 했는데 자꾸만 말문이 막히더군요. 머릿속에 있는 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던지…."
무표정이던 두 입학사정관은 토론이 끝난 뒤 비로소 웃음기 띤 얼굴로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우 입학사정관은 연습이 곧 자신감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주제를 정해두고 말하기 연습을 하다 보면 면접 현장에서의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상대방 의견을 메모하는 습관도 도움이 돼요. 그래야 정확하고 논리적인 반박이 가능해집니다."
최 입학사정관도 한 마디 보탰다. "공적인 자리이니 만큼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이 했거나 할 말만 염두에 두지 말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듣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옆 교실에서는 성균관대 면접팀이 학생 개개인을 상대로 심층모의면접을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은 지원 동기, 지원 전공과 관련한 노력 등에 대해 대체로 막힘없이 대답했으나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라는 요구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면접팀의 평가를 요약하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것. "A라는 전공을 택하기 위해 관련 일을 하는 분을 만나 조언까지 들었다는데 어떤 말에 공감했는지 밝히지 않는 식이면 곤란합니다. 또 과거에 했던 지원 전공 관련 활동에 대해선 술술 얘기하면서 의외로 가장 최근 활동을 물으면 난감해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마무리에도 신경을 써야죠."
◆입학사정관컨설팅관 등 곳곳 뜨거운 열기
이번 박람회에는 경북대를 비롯해 영남권 14개 대학과 연세대, 고려대 등 수도권 21개 대학을 더해 모두 35개 대학이 참가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 추세를 보임에 따라 전국 34개 대학 입학사정관 150명을 초청, 인기를 모았다.
상원고 본관 3층에 마련된 입학사정관컨설팅관에는 자기소개서, 학생부 등 입시 때 제출할 자료를 든 학생, 학부모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고 2년생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학부모는 내신 성적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영문학과에 지원하려면 어떤 부분을 더 챙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들렀다"며 "영어 내신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려야 유리하기 때문에 고 1때보다 떨어진 영어 점수를 끌어 올리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을 귀담아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외국어대 부스를 나서던 채유진, 김명선(대곡고 1년) 양도 이곳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아직 학교에선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 낯설어하는 분위기인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눈이 확 밝아진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라 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일반 선발보다 까다로워 수능을 놓쳐선 안 된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며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과 관심사에 대한 노력에 비해 소홀했던 수능 성적을 올리는 데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석록 입학사정관 실장은 시간과 공간 제약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박람회는 사교육에 의해 가공된 정보가 아니라 공교육에서 나온 알짜배기 정보들이 모인 자리"라며 "기본적인 진로 탐색 과정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 대입 모의 체험까지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성한 점은 다른 지역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로탐색관 등 부대 프로그램에도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홀랜드 간이 검사를 받은 이대훈(중 3년) 군은 "평소 말수가 적고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검사 후 대학교수나 연구원, 사회과학 전문가 등이 적성에 맞는 직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고교 진학 후 문과를 지망할 생각이었는데 잘 맞아떨어져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고 웃었다.
본 행사장은 진로 탐색부터 대학 입시까지 체계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진로적성검사에 이어 진로 설계와 상담,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소속 교사들의 진학 상담, 미래 명함 만들기 등 인생 설계 코너와 각 대학 홍보 부스 순으로 찾을 수 있게 한 것.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한숙원 장학사는 "바다로 나가게 하려면 배를 주거나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꿈꾸게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진로 교육을 바탕으로 진학을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라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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