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 사진 찍기 좋은 '반곡지'

자연이 만든 데칼코마니를 앵글에 담았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사진 애호가 또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지명이다. 반곡지는 그동안 알음알음 이름을 알려왔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지정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반곡지는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위치한 저수지다. 크기만 보면 동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저수지로 생각할 만큼 자그마하다. 하지만 반곡지에는 큰 매력이 숨겨져 있다.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그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반곡지를 다녀왔다.

◆낚시터로 이름 알려져

반곡지는 낚시터로 이름을 먼저 알려졌다. 팔뚝만한 붕어가 심심찮게 낚여 강태공들이 손맛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반곡지가 사진촬영 명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경산지역 사진작가들이 반곡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자 그 아름다움에 반한 사진작가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반곡지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야 하는 코스가 됐다.

반곡지는 미니 주산지로 불린다. 반곡지를 처음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반곡지 둑에 뿌리를 내린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저수지가 한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는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특히 복사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면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반곡지가 있는 남산면 일대는 경산 최대의 복숭아 산지. 반곡지를 중심으로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반곡리에도 북숭아 밭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연초록 왕버드나무와 분홍색 복사꽃이 어우러지면 '꿈은 생시가 되고 생시가 꿈이 되는 곳'이 반곡지다.

지난주 기자가 반곡지를 찾았을 때 복사꽃은 이미 지고 없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복사꽃이 없더라도 반곡지의 아름다움은 손색이 없었다. 5월에 접어들면서 왕버드나무 잎은 제법 무성해졌다. 왕버드나무가 늘어선 둑으로 발길을 옮기자 반곡지가 감춰 놓은 아름다운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버드나무는 저수지를 향해 팔을 뻗 듯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가지는 한결 같이 물로 향해 있다. 곧게 자랐으면 오히려 운치가 떨어졌을 것이다. 수면에 비친 왕버드나무를 보면 마치 거울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물이 맑아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오랜 세월 지켜온 왕버드나무

왕버드나무의 수령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동네 사람들은 크기를 보고 3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륜을 말해주 듯 왕버드나무는 군데군데 상처가 나 있다. 오랜 세월 반곡지를 지키며 아직도 무성한 잎을 키우고 있는 왕버드나무를 보면 경이로운 마음이 든다. 왕버드나무가 심어져 있는 둑길은 짧지만 저수지 전경을 감상하며 걷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와 물고기 자맥질 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신까지 맑아진다.

반곡지에 어둠이 찾아오면 적막 속으로 저수지는 몸을 감춘다. 그러다 새벽이 되면 낮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그 황홀함에 넋을 잃는다.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선 잠을 잔 뒤 새벽 길을 달려 반곡지를 찾는 것도 신비한 자태를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서다.

반곡지에서는 카메라의 좋고 나쁨과 사진을 잘 찍고 못 찍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곡지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으면 모두 작품이 된다. 특히 대나무를 엮어 만든 작은 다리가 있는 곳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로 소문이 나 있다. 이 봄이 가기전 반곡지를 찾아 아름다운 추억 사진 하나를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반곡지가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되자 경산시가 관광지로 개발할 뜻을 비쳤다. 자연은 자연으로 존재할 때 더운 존귀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반곡지의 자연미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경산시내~919번 지방도 자인 방면~상대온천'청도 방면 우회전~삼성현 역사문화공원 조성지 지나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삼성사 방면 우회전~남천'상대온천 직진~69번 지방도 조곡'반곡'연하 방면 좌회전~고개길 넘어 반곡2리 이정표 보고 좌회전하면 바로 반곡지다.

[TIP]

반곡지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자인면 서부리에 계정숲이 있다. 계정숲은 구릉지에 남아있는 천연숲으로 이팝나무를 비롯해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의 빼곡히 심어져 있어 산책하기 그만이다. 또 왜적을 물리친 한장군의 묘와 사당, 조선시대의 관아인 자인현청의 본관이 보존돼 있다. 반곡지~삼성현 역사문화공원 조성지 지나 919번 지방도 용성'자인 방면 우회전~69번 지방도 갈림길 좌측에 계정숲이 자리잡고 있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