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참외, 영양 고추, 상주 곶감, 경산 대추, 울릉도 삼나물, 풍기 인삼, 안동 간고등어…. 단순히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나열한 게 아니다. 생산지역과 특산물을 나타내는 두 단어가 이미 국민들 입에 붙어서 하나의 상표가 된 사례들이다.
김영일(53) 동신국제특허법률사무소장은 "우리나라는 1999년 지리적 표시제 시행으로 상표 사용 등에 있어 특산물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지자체와 협동조합들도 특허 제도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특산물 상표들의 '관리'가 '출시'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철저한 생산물 품질관리를 통해 장기간 긍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줄 때만 브랜드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 금릉군 농소면 월곡리에서 태어난 김 소장이 변리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84년 7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들이면서 처음으로 발령을 받은 곳이 특허청이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운이 참 좋았다"며 "당시에는 특허 업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매우 낮았지만 국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특허 영역이 각광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2004년 공직 퇴직과 함께 변리사 일을 시작한 김 소장은 향후 변리사의 위상이 예전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했다. 법률시장이 해외에 개방될 경우 변리사가 대형 법률회사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공산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었다. 또 사법시험 합격자들에게 변리사 자격증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과 같이 변리사들이 개인사무소를 열어 업무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맘 때면 복숭아꽃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김 소장의 고향은 지금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김천혁신도시가 김 소장의 고향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나무에 꽃이 만개한 과수원 길을 자전거로 통학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40년이 지났네요. 그때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같이 했던 친구들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김 소장은 지금도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을 일 년에 세 차례 정도 방문한다. 우렁찬 건설장비 소리가 예전 산새들의 지저귐을 대신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기도 하지만 김 소장은 고향의 변화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혁신도시건설이 고향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산업의 활력이 넘치는 고향에서 특허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 후 전문직에 종사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김 소장이지만 자녀에게 만큼은 '다른' 삶은 권하고 있다. 서류더미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대신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요리사도 좋고 예술가도 좋다"며 "아들녀석이 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응시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김 소장은 김천 중앙초등학교·중앙중·김천고를 거쳐 아주대 공업경영학과를 중퇴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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