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오르는 온라인게임업체 JCR소프트

"내가 중독될 정도 게임이면 소비자도 좋아하겠죠"

JCR소프트 로고/다크블러드 포스터(JCR제공)
JCR소프트 로고/다크블러드 포스터(JCR제공)
JCR소프트(주)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온라인게임 대작인
JCR소프트(주)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온라인게임 대작인 '다크블러드'를 만들어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는 온라인게임 개발 강도시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모든 수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이런 '게임도시' 대구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샛별이 있다. JCR소프트㈜는 22명의 직원에 불과하지만 처녀작부터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9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IT융합산업빌딩. JCR소프트 사무실로 들어서자 커다란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 언어관련 책들 사이를 채운 것은 만화책이었다. 게임 만화책도 보였다. 직원들이 있는 책상으로 고개를 돌리자 1인당 2대의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 모니터에는 만화캐릭터로 보이는 그림이 움직이고 있었다. 20여 명의 직원들은 기자가 온 것도 잊은 채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다크블러드'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2007년 경북대학교에 둥지를 튼 JCR소프트는 게임에 미친 사람들이 만든 회사다. 잘나가던 게임회사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전문가가 자신들이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다짐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이상훈 사장은 대학 시절 문광부 주최는 물론 각종 게임사의 아마추어 게임 공모전을 휩쓸었던 프로그래머였다. 그와 함께 회사를 세운 윤준영 이사는 대구 최대 게임업체인 KOG에서 '그랜드 체이스' 개발을 담당했다. 이 사장은 "KOG 역시 좋은 회사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 좀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막상 나의 회사를 가져보니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웃었다.

작은 골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개발을 시작하다가 '다크블러드'의 초기작품인 '카르카스 온라인'을 구상했다. 이후 2007년 프리챌과 퍼블리싱 계약을 했다. 최초 '카르카스'는 액션게임의 즐거움 60%와 RPG적인 요소 40%를 담아 액션RPG의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2009년 말 오픈베타 테스트를 마친 뒤 유료화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프리챌이 내부적인 이유로 서비스를 계속하지 못하게 된 것. 이후 2010년 액토즈소프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며 JCR소프트는 '카르카스'를 리모델링해 현재의 '다크블러드'로 탈바꿈시켰다. 이 사장은 "기존 '카르카스'는 청소년과 성인층을 모두 아우르려는 욕심이 지나쳐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돼버렸다"며 "하지만 성인층을 주요 타깃으로 잡으면서 게임의 정체성이 오히려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다크블러드'는 성인에게 맞게 통쾌한 액션과 강력한 타격감 강한 액션을 필두로 던전(다중사용자접속)플레이를 통한 사냥의 재미는 물론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태그방식을 결합한 결투시스템으로 유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캐릭터는 일본 인기 만화 '베르세르크'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이 사장은 "'다크블러드'는 기획단계부터 강화, 마법부여, 염색, 속성부여, 품질과 같이 하나의 아이템에 주문제작 가능한 요소들을 많이 배치했다"며 "액션RPG에서는 볼 수 없었던 채집, 채광 시스템이나 강화된 길드 커뮤니티 등 사용자들이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다크블러드'는 3월 31일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첫날 최고 동시접속자 수 2만 명을 돌파하더니 3주 만에 4만 명 가까이 올라섰다. 서비스와 함께 아이템 판매를 시작하자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0억원 이상 판매됐다.

이 같은 인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JCR소프트는 일본과 북미, 유럽, 중국, 대만 등과 서비스 계약을 완료했다. 국내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처녀작의 대성공에는 JCR소프트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한몫했다. 게임에 관한 것이라면 신입 프로그래머라도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회사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도 여기에서 나온다. 정시퇴근도 이러한 회사 분위기 중 하나다. 한 직원은 "물론 테스트 기간과 같은 집중적으로 근무를 하는 시기에는 퇴근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때는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한다"며 "개인적인 밴드활동이나 게임, 사진 등 취미시간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며 "그런 기본에 충실한 직원들이 만든 게임이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회사 직원은 22명에 불과하지만 그 잠재력은 엄청나다.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한 사장과 개개인의 색깔이 명확한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하는 개발 회의와 별도로 직원들 간 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게임에 대한 논의가 열띠게 이뤄지고 있다.

JCR소프트는 차기작으로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계획이다. 이 사장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게임회사는 당연히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보다 그저 게임 단 하나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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