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이 모두 출마한다면 누굴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57.5%로 1위였다. 이어 노무현 47.4%, 김대중 39.3% 순이었고, 현 이명박 대통령은 16.1%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5위였다. 최하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3.1%에 지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30.1%의 지지로 가장 호감이 가는 대통령 1위에도 올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과는 경제 성장을 이룩한 데 대한 만족도가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5'16쿠데타에 이어 헌법까지 고쳐가며 18년 동안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휘둘렀지만 '먹고살게 해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당시 유신 독재 타도를 외치며 매일 시위를 하던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독재권력이 아니라 기성세대였다. 그들에게 '자유'는 '배고픔' 앞에서는 무기력한 것이었다. 보릿고개를 면하게 해준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하는 젊은 세대와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틈이 있었던 셈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그 이후 여러 대통령에 대한 상대적인 불만족에 힘입은 바도 크다. 이는 현직까지 포함해 8명의 역대 대통령 중 다시 뽑겠다는 비율이 다시는 뽑지 않겠다는 비율보다 높은 인물은 박정희와 노무현 단 2명뿐인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3위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안 뽑겠다는 비율이 6.3% 포인트가 더 높았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안 뽑겠다는 의견이 60~80%나 됐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참 불행했다. 최고의 대통령은 쿠데타와 군사독재라는 원죄에 시달리다 하극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두 번째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득권 세력과 싸우다, 퇴임 뒤에는 스스로 삶을 접었다. 다시 뽑지 않겠다는 의견이 더 많은 대통령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오늘은 5'16쿠데타가 일어난 날이다. 50년 전 그날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통치 때는 격양가(擊壤歌)는커녕 매캐한 최루탄 냄새만 전국에 가득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역대 최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은 분명히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는 권좌에 오르기 위해 전역을 하면서 '불행한 군인'이라고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은 '행복했던 대통령'이라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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