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육상대회, 코흘리개도 동원?

초교 1학년까지 현장학습…학부모 "관람객 머릿수 채우기 너무해"

학부모 김모(39) 씨는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오는 8월 열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자리를 채우기 위해 동원된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났다. 그는 "아무리 중요한 대회라고 해도 일곱 살 난 아이까지 동원하느냐"며 "학부모와 학생에게 참가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학교가 일방적으로 육상경기 관람을 '현장체험학습'으로 채택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코흘리개 초등학생까지 '관람객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되고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예매 접수한 입장권 가운데 여섯 장 중 한 장꼴로 초등학생들에게 판매됐다.

서모(41'여) 씨의 초등학교 3학년과 2학년 자녀들도 오는 9월 1일 육상 경기에 동원된다. 서 씨는 "사리분별도 제대로 못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동원하면서 참가 의사를 묻는 가정통신문조차 보내지 않았다"며 "표를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닌데 학교 측이 학부모 의사를 당연히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대회조직위는 13일 기준으로 입장권 전체 좌석(45만3천962석)의 54.7%인 24만8천528석이 예매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인 12만7448석이 청소년들에게 판매됐으며 초등학생 예매 입장권은 3만9천420명으로 전체의 15.8%에 달한다. 중학생은 6만3천315명, 고등학생은 2만4천713명이 입장권을 예매했다. 이 같은 상황은 조직위가 시민들로서는 관중석을 채울 수 없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동원하기 쉬운 초'중'고교생에 입장권 판매를 집중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의 입장권 예매는 대회조직위가 대구시교육청과 협의해 입장료의 60%를 할인해주는 '꿈나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250여 개 교가 일괄 예매하도록 했기 때문.

교사들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육상대회에 초등하교 저학년을 동원하면 오히려 대회 성공에 차질을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관중을 채우기 위해 각 학교마다 시간에 쫓기듯 수요 조사를 하고, 초등학교 1학년까지 미리 참여 인원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각 학교에 '꿈나무 프로그램 참가 관련 공문'을 보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할 때 반드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꿈나무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입장권 가격보다 60% 저렴한 4천원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싼 가격으로 세계적인 육상경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본다"고 해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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