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문경은 산세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전국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 주흘산'대야산'희양산'황장산이 문경에 있다. 명산들이 빚어낸 수려한 계곡도 곳곳에 펼쳐져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꼽힌 대야산 용추계곡은 폭포와 소, 화강암 암반이 비경을 연출한다. 문경에는 역사와 문화의 숨결도 살아 숨쉬고 있다. 막사발의 본향으로 도예 장인들의 혼이 골골이 배어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비경과 문화유적이 자리잡고 있는 문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다. 바로 문경새재 길이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길'로 평가받는 문경새재 길은 전 구간(6.5㎞)이 황톳길로 남아 있어 국내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청운을 품고 걸었던 과거길
문경새재 길은 조선시대 영남과 기호 지방을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이었다. 당시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문경새재와 추풍령, 죽령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넘어야 했다. 하지만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선비들은 문경새재 길을 고집했다고 한다. 당시 선비들 사이에 추풍령을 넘으면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문경새재 길을 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입신양명을 꿈꾸던 영남유생들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 문경새재 길이다.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렸던 문경새재 길은 높고 험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새재라는 이름 속에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이 담겨 있고, 전라도 진도 사람들이 부르는 아리랑에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눈물이 난다'고 소개될 정도로 넘기 힘든 고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맨발로 거닐 수 있는 운치 있는 흙길이 됐다. 문경새재 길이 아직 비포장으로 남아 있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덕이라 한다. 1970년대 중반 문경을 순시하다 무너진 성벽 위로 차량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고 차량통행금지를 명령했다고 한다. 그 덕에 문경새재 길이 흙길로 남게 되었다는 것.
제1관문 주흘관에서 제2관문 조곡관을 지나 제3관문 조령관으로 이어지는 문경새재 길은 국가 명승(제32호)으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그래서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옛길박물관과 자연생태공원을 지나면 문경새재 관문 중에서 제일 웅장하고 옛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주흘관이 나타난다. 주흘관을 지나면 '경상북도 개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타임캡슐광장과 드라마 '대조영', '태조 왕건' 등을 촬영한 '문경새재오픈 세트장'이 나타난다.
세트장을 둘러 본 뒤 길을 재촉하면 국립여관인 조령원이 있던 터와 길손들의 여독을 달래 주던 주막, 신'구 경상감사가 만나 업무를 인수인계 하던 교귀정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교귀정에서 청명한 계곡 물 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올라가면 조곡관에 닿는다. 조곡관 앞 개울 위에는 조곡교가 걸쳐져 있다. 조곡관을 지나면 인적이 뜸해진다. 조령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고즈넉하다. 숲은 깊어지고 상큼한 숲 냄새가 가슴 속 깊이 밀려든다. 문경새재 아리랑비와 고려말 유적지 동화원, 허약했던 선비가 돌을 나른 후 몸이 건강해지고 장원급제까지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책바위를 지나면 조령관이다.
◆달빛사랑여행
야외공연장~제1관문~교귀정에 이르는 3㎞ 문경새재 길에서 열리는 달빛사랑여행은 달빛을 벗삼아 문경새재를 넘었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체험행사다. 옛길 따라 걷기를 단순히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현대적 해석을 더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1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도 쌓을 수 있어 달빛사랑여행은 2005년 시작된 이후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해마다 전국에서 3천∼4천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올 달빛사랑여행은 5월 21'28일, 6월 11'25일, 7월 9'23일, 8월 13'27일, 9월 10'24일, 10월 8'22일 등 총 12차례 열린다.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대부분 일정이 학교 수업이 없는 둘째'넷째 토요일에 맞춰져 있다. 올 달빛사랑여행의 특징은 '과거길 사랑이야기'라는 스토리가 가미되 즐길거리가 풍성해 진 것. 참가자들은 다양한 미션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시험 보러 떠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행사는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커플사진찍기'사랑의 메시지 작성'연인증 만들기'사랑의 화살 쏘기'사랑의 세족식'사랑의 삼행시 배틀'산적과의 즉석 게임'사랑의 명상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특히 1인당 엽전 두 냥을 내면 옛 선비들이 그랬던 것처럼 짚신을 대여 받아 흙길을 걷을 수 있고 1인당 엽전 한 냥을 내면 전통 주막에서 막걸리로 목도 축일 수 있다. 엽전은 행사 시작 전 1인당 10냥을 무료로 나누어준다. 엽전을 추가로 구입하려면 현장 행사 요원에게 요청을 하면 된다. 구입 가격은 한 냥에 1천원.
참가자들은 체험행사에 참가해 미션을 완수하면 스템프를 받을 수 있다. 스템프는 최대 12개까지 받을 수 있으며 6개 이상 받으면 드라마 세트장에 있는 강년전에 들어가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열리는 '와인과 함께하는 로맨스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는 19세 이상인 경우 1인당 1만원, 만 7세 이상 어린이 및 청소년은 1인당 8천원. 참가 신청은 문경문화원 달빛사랑여행 홈페이지(www.mgmtour.co.kr) 또는 전화(054-555-2571)를 이용해 하면 된다. 참가자들은 옛길박물관 보부상 동상 앞에서 2명 당 1개꼴로 괴나리봇짐을 꼭 대여해야 한다. 괴나리봇짐은 참가자들과 일반 관광객들을 구분하는 징표이며 봇짐 속에는 생수'안내 리플릿 등이 들어 있다. 대여 비용은 엽전 두 냥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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