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58)대구예술대 김정길 총장과 교수들 유황오리전문점 '이조 명가'

오리와 메밀이 만났을 때…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오리고기는 건강'웰빙 음식'이란 인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황오리에 대한 신임도는 더 높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이 꼭 먹어야 하는 필수음식'이란 믿음이 확고하다. 대구 팔공산 동화사 인근의 '이조 명가'는 훈제유황오리 전문점이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 20년이 넘도록 영업을 해오다 최근 이곳으로 이전했다. 대구예술대와 가까운 곳에 있어 김정길 대구예술대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언덕 위의 하얀 집'. 훈제유황오리 전문점 '이조 명가'는 동화사 인근 팔공산 케이블카 입구에 우뚝 서 있다. 칠곡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며 그 맛과 명성은 검증받은 셈이다. 그 명성 그대로 고스란히 팔공산으로 옮겨왔다. 채영희(66) 대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대구예술대 김정길 총장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김 총장은 "이조 명가의 음식은 깔끔하며 고급스러운 느낌"이라며 "채 대표 자신이 유황오리의 효능을 직접 체험했으며, 그 신뢰감으로 음식을 만드시는 분"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채 대표는 민족독립투사였던 석우 채충식 선생의 손녀다.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망 좋은 3층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너무 멋있다. 팔공산 자락은 온통 녹색 바다다. 이조 명가에서는 유황오리의 날개 맛부터 보여준다. 간장에 절인 '날개'는 1인당 1개씩이다. 짭쪼름하면서 쫄깃쫄깃하다.

곧이어 화려한(?) 메인 음식이 등장한다. 큼지막한 도자기 쟁반에 사람 수대로 메밀국수를 얹고, 주변에 살짝 간을 한 상추와 무 새싹 등 야채로 멋을 냈다. 한가운데에는 훈제 유황오리가 껍질과 함께 수북하게 담겨있다. 대구예술대 장우정(실용무용) 교수는 "김이 솔솔 나는 훈제오리는 맛도 좋지만, 음식자체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멋을 내 주인의 정성과 면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감을 말한다.

채 대표는 늘 "메밀국수를 나물과 함께 먼저 드시라"고 권한다. 국수가 퍼지기 전에 그 맛을 즐기라는 주문이다. 메밀국수 한 움큼 덜어 야채와 함께 싸서 한입 맛을 본다. 메밀국수는 겨자소스에 살짝 비벼 콧등에 신호를 보낸다. 상큼하면서 쫄깃하다. 봄에는 메밀국수 대신 연두색의 쑥국수를 내 운치를 더해 준다.

이젠 본격적인 유황오리를 맛볼 차례다. 얇게 빚은 무절임 위에 유황오리 한 점을 얹고, 야채로 덮어 한입 가득 넣는다. 부드럽다. 고기와 야채가 함께 씹히는 맛이 절묘하다. 김 총장은 오랜 단골답게 이 집의 음식에 익숙하다. "요즘 유황 훈제오리를 취급하는 집이 많지만, 다른 집과는 차별성이 있는 독특한 맛"이라며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김정수 학생복지처장은 음식평가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음식 맛보기 전문가 수준이다. 김 처장은 "언제나 느끼지만, 입안을 황홀하게 해주는 음식"이라며 "8월 말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라고 밝혔다. 실용무용학과 전효진 교수도 "딱히 가려먹는 음식은 없지만, 가능하면 웰빙 건강식인 오리고기가 좋다"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조융일 교무처장도 오랜 단골손님이다. 화가답게 "음식 자체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메밀국수와 오리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한다. 이의철 사무처장은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웰빙음식을 가려서 먹게 된다"며 "분위기도 너무 좋고, 음식맛도 좋아서 누구나 한 번 오면 단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리고기가 약간 느끼하다고 느끼면 양파절임이 도움이 된다. 청양고추 절임을 살짝 얹어서 먹어도 뒷맛이 개운해진다. 다른 밑반찬도 한결같이 정갈하다. 한두 점 맛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포만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쉽게 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뒤이어 죽이 등장한다. 오리를 푹 고아 만든 국물에 찹쌀과 녹두, 한약재를 넣은 연두색 죽이다. 한 입 먹어보니 구수하고 부드럽다. 쌀과 녹두가 씹히면서 알갱이가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배가 부르지만, 어느새 밑바닥이다. 마지막 입가심은 차조기다. 차조기 특유의 빨간색에다 하트모양의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낸다.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낸다. 훈제 유황오리와 황토오리는 1인당 1만5천원이다. 5년 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리백숙은 적어도 3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5인 기준 8만원. 최고의 건강식인 오송복(유황오리+송이버섯+전복)도 있다. 하루 전에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기다림은 필수다. 053)982-0052.

##추천메뉴-오송복(유황오리+송이버섯+전복)

독특한 음식이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유황오리에다 자연산 송이버섯, 그리고 전복. 몸에 좋은 음식 재료들의 종합이다. 피망과 브로콜리, 마를 더해 볶아서 맛을 냈다. 잘박한 국물에서 진한 송이향이 퍼진다. 부드럽다. 야채들이 입안에서 아삭아삭 부서진다. 느끼할 듯하지만, 오히려 담백하다. 채영희 대표는 "군대 가는 아들에게 먹인다는 정성으로 음식을 만든다"며 "사랑의 영양을 더해 친정엄마의 손맛을 냈다"고 설명한다. 이홍섭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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