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뇌졸중·심근경색 재활치료(2)

초기대처 늦었어도 포기 금물…예상 밖의 회복 가능할 수도

'뇌졸중이 한 번 오고 나면 후유증은 어쩔 수 없다.' '일찌감치 손 쓰지 않으면 뒤늦게 재활치료를 해 봐야 소용없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뇌졸중 및 재활치료에 대한 선입견이다. 워낙 이런 생각들이 팽배해있다 보니 재활치료를 필요로 하는 뇌졸중 환자 중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 미만인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뇌졸중 재활치료는 손상된 기능을 회복시키는 분야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재활치료를 받아 최상의 상태로 회복시켰을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 환자 삶의 질은 물론 가족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엉똥한 곳에서 뇌졸중 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재활치료를 소홀히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의사들조차 재활치료 권하지 않기도

60대 초반인 이장수(가명) 씨는 일 년 전쯤 가벼운 뇌경색을 앓았다. 오른쪽 편마비가 와서 숟가락은 쓸 수 있지만 젓가락 사용은 힘들었다. 걸을 때 다리를 절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다른 신체부위는 건강한데도 '이제 내 인생도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급기야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가족들이 힘든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발병 6개월이 지나서야 주위의 권유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왼쪽 전두엽측 심부백질의 뇌경색(그림1)으로 가벼운 치매증상과 우울증, 의욕저하증 등이 온 것으로 진단됐다. 하지만 의사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들려줬다.

"뇌졸중이 온 직후에 재활치료를 받았더라면 지금쯤 완치됐을 겁니다. 왜 바로 치료를 받지 않았죠?" 낙담하는 이 씨에게 의사는 비록 시기는 놓쳤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기간은 오래 걸려도 결국 완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후 3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후 2개월째 통원치료 중이다. 의욕저하 및 우울증은 거의 사라졌고, 걸음걸이도 약간 저는 정도까지 호전됐다. 그러면서도 왜 진작에 재활치료를 받지 않았는지 불현듯 원망과 후회가 밀려들기도 한다.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장성호 교수는 "그나마 요즘은 뇌졸중 후 증세가 심하면 재활치료를 많이 받는 편"이라며 "하지만 심한 편마비 증세, 즉 팔다리에 마비가 없이 인지기능에만 문제가 있는 때엔 신경과나 신경외과 전문의들조차도 재활치료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환자와 가족들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갖은고생을 하면서도 원래 이런 병이라며 체념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충분히 완치 가능한 환자들까지 기회를 놓쳐서 수십 년간 고통 속에 살기도 한다.

◆운동치료 통해 뇌 기능 되찾아

뇌졸중 환자에 대한 재활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손상된 신경기능을 회복시키는 것. 손상된 신경기능이 회복되는 기전(경로)은 몇 가지(그림2)로 나눠볼 수 있다. 손상된 뇌신경 자체가 회복돼 기능도 돌아오는 경우(그림 1번 경로), 손상된 뇌신경의 주위에 있는 신경들이 기능을 대체하며 회복되는 경우(2번 경로), 뇌졸중이 발생한 반대편 뇌에 있는 같은 종류의 뇌신경이 손상된 신경기능을 대체하는 경우(3번 경로), 손상된 신경의 우회로를 통해 회복되는 경우(4번 경로)로 나뉜다.

결국 재활치료의 근간은 환자의 뇌가소성을 유도하거나 촉진시킬 수 있는 여러 치료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뇌가소성은 손상된 뇌의 신경이 저절로 회복되고 기능을 되찾는 성질을 말한다. 뇌가소성에 관여할 수 있는 치료법들로는 운동, 약물, 자기자극, 전기자극 등이 있다. 이 밖에 환자 자신의 의지나 심리상태, 음식 등도 뇌가소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뇌졸중 재활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을 이루는 것은 바로 운동치료다. 외부 운동을 통해 뇌가소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이 됐다. 아울러 최근 들어 손상된 뇌신경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들이 많이 개발됐다. 또한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치료, 경두개 전기자극치료, 기능적 전기자극치료, 인지재활치료 등도 중요한 재활치료의 한 분야이다. 최근 로봇이나 가상현실을 이용한 재활치료 등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치료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환자 80%는 재활치료 효과

모든 뇌졸중 환자가 재활치료의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상태가 매우 좋은 뇌졸중환자 10% 정도는 재활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 회복이 완전하게 이뤄진다. 반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환자 10%가량은 치료를 받아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나머지 80% 환자는 재활치료를 통해 아예 장애를 남기지 않거나,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적은 장애를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일단 모든 뇌졸중 환자는 재활의학 전문의 평가 및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재활치료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치료하게 된다. 여기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뿐 아니라 전문 물리치료사 및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가 함께하고 심리치료사, 보장구 기사, 전문 간호사 및 영양사 등이 참여하게 된다.

장성호 교수는 "뇌졸중 발병 후 첫 한 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뇌신경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장비 및 전문인력이 갖춰진 곳에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음 한 달간 전체적인 치료전략을 세워 50~70%가량 회복한 뒤 전문 재활병원으로 가서 2, 3개월간 치료를 통해 90% 정도까지 회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원 후에도 가능하면 꾸준한 통원을 통해 재활치료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요즘 재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문의는커녕 전문치료사도 없는 경우가 있다"며 "검증된 재활치료팀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장성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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