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같이 기도하며 '광야교회' 어려움 함께 나누어요"

▲올 2월 발족한 대구개척교회연합회는 야외예배와 목회자 가정 위로의 밤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 2월 발족한 대구개척교회연합회는 야외예배와 목회자 가정 위로의 밤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구 A교회는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스스로의 재정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미자립 개척교회다. 가장 큰 원인은 교인들 대부분이 장애인이나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라 제대로 헌금을 내지 못하기 않기 때문. 이 교회 목사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교회의 목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마치 목사의 무능력 탓으로 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미자립 개척교회인 대구 B교회 또한 어려운 형편에도 가난한 집 아이들만을 골라 사역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재정은 항상 교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척교회는 교인 수가 적어 교인 한 명 한 명에 대해 직접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 친밀도를 높일 뿐 아니라 영(靈)적인 성장을 많이 가져올 수 있는 등 대형교회보다 장점이 많다. 하지만 개척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면에서 소외된 것. 재정적인 어려움은 물론, 대형교회들의 따가운 시선과 신자들의 외면 등으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온갖 정성을 기울여 양육한 교인이 주변의 대형 교회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잖다. 본리성덕교회 권병근(47) 목사는 "신자들 사이에서 개척교회를 다니면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자질이나 역량에 대한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 미자립 개척교회는 7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척교회는 생겼다가 없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아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대구의 45개 개척교회가 참여하는 '대구개척교회연합회'가 발족했다. 권 목사를 회장으로 한 연합회는 개척교회들 스스로 뭉쳐 서로 돕고 힘을 키우는 한편 지원사업도 펼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4년 전 개척교회 목사 부인들끼리 식사 자리를 함께한 것이 인연이 돼 점차 기도회와 집회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연합회 조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탄생하게 된 것이다. 권 목사는 "다른 지역에는 개척교회를 지원하는 단체가 있지만 대구에는 없다 보니 우리 스스로 조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개척교회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고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일부 대형 교회 자체에서 물밑으로 개척교회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곳이 성덕교회(목사 윤희주'대구 수성구 지산동)다. 교회 차원에서 매년 1, 2개 개척교회를 선정해 보증금과 월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성덕교회는 앞으로 1천 개의 개척교회를 세워보자는 취지에서 이 사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11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본리성덕교회도 2009년 성덕교회의 지원 교회로 선정됐다.

'대구개척교회연합회'는 지난해 말 '대구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 위로의 밤' 행사를 가진 데 이어 세미나와 연합수련회, 체육대회 등도 열었다. 또 매월 한 차례 기도회를 열고 있으며 개척교회 전도지, 물티슈, 심방용품 등 전도물품과 피아노, 컴퓨터 등을 어려운 교회에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 연합회 체계가 갖춰지면 사무실을 마련하고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개척지원학교도 만들 계획이다. 또한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가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권 목사는 "현재는 예전에 알던 부산이나 대전 등 다른 지역의 지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대구에서 후원자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특히 대형 교회들이 개척교회를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개척교회를 체계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