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하여 장시간 연설이나 신상발언 등의 합법적인 방법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필리버스터(filibuster)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3년도에 의원의 발언시간 제한을 도입하면서 이 제도를 폐지하였으나, 요즘 필리버스터의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의원들의 단상점거 등 폭력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막아보자는 의도이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 on'1939년)란 영화가 있다. 고등학생 때 AFKN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이 영화는 바로 필리버스터를 소재로 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미국의 잭슨시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이 임기 중에 급사하자, 주지사는 보이스카우트 단장으로 있던 스미스 씨를 상원의원으로 임명한다.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스미스 씨가 엉겁결에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스미스는 고향의 숲과 계곡에 소년 야영장을 만들자고 제의하지만, 베테랑 정치 거물인 상원의원 페인이 댐 건설을 주장하면서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스미스는 언론의 흑색선전과 거대한 권력의 음모에 부딪혀 악전고투를 벌인다. 결국 투표 당일 날 스미스는 국회에서 댐 건설 저지를 위한 연설을 시작한다. 장장 24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스미스의 연설은 필리버스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미스는 탈진한 채 쓰러지지만, 연설에 감명을 받은 페인이 자신의 음모를 자백하면서 스미스의 승리로 끝난다.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한 스미스의 소박한 용기와 신념의 승리였다.
고교 시절,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 역의 제임스 스튜어트에 매료되었다. 수줍은 듯 떨면서도 열정적인 목소리로 정의를 외치는 그의 순수함에 끌렸던 것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미래의 나도 그와 닮은 멋진 모습이 되겠다고 일찌감치 결심을 했다.
사법시험 발표를 기다리면서, 그 긴장감을 나는 영화를 보면서 달랬다. 하루에 5편 이상의 영화를 섭렵하면서, 히치콕을 만나고 내 폰 바탕화면 속의 여인 오드리 헵번을 흠모했으며, 웬만한 영화와 배우는 두루 꿰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 역시 되풀이해서 본 레퍼토리 중의 하나였다.
내 젊은 날의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은 지친 나를 위로해 주었고, 지금까지도 그 감동이 풍부한 삶을 누리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여, 주말에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화 한 편으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며 머리를 식혀 보는 것은 어떨까. 이석화(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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