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목도, 몸체도 없이 얼굴만 그려진 충격적인 초상화가 있다. 터럭 한올까지 세세하게 그려진 이 초상화는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26일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KBS1 TV '역사스페셜-윤두서 자화상의 비밀' 에서는 이 자화상 속에 숨겨진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고뇌를 추적한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강렬한 눈, 꼿꼿하게 뻗친 수염, 터럭 한올도 놓치지 않는 세밀함으로 윤두서의 자화상은 한국 회화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자화상이 목과 몸체가 없이 얼굴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떼어낸 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18세기 조선의 유교 윤리에 어긋났다. 사대부 출신의 윤두서는 왜 금기를 깨면서까지 이런 파격적인 그림을 그렸을까.
윤두서는 극심한 당쟁 속에서 절친한 벗과 형제가 희생되었던 암울한 조선의 현실을 깨닫고 사대부라면 누구나 꿈꾸는 관직 진출을 포기한다. 대신 그는 붓 끝으로 사회에 대한 새로운 변혁을 시도했다. 이는 가혹한 조선의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의 길을 찾고자 했던 의지와 다짐의 표현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초상화의 대부분은 측면상이다. 동시대 유럽회화의 거장인 렘브란트 역시 수많은 자화상을 남겼지만 모두 측면상이다. 정면상은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기 어려운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두서가 정면상이라는 파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두서의 자화상은 마치 자신과 정면대결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자화상을 통해 윤두서의 눈에 비친 조선을 추적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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