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동구 주민들이 군비행장 소음피해와 관련해 재판 중인 크고 작은 소송은 50건이 넘는다. 이 중 동구주민 3만2천 명이 낸 소송은 9월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 판결도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럴 경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큰 반발이 예상된다.
◆전투기 굉음, 아이를 울리다=25일 오후 동구 방촌동 현대맨션 놀이터. 재잘거리며 미끄럼틀을 타던 7, 8세 아이들이 갑자기 멈춰 서서 양손으로 귀를 막고 얼굴을 찡그렸다. 인근 K2에서 이륙한 전투기 3대에서 굉음이 터져나왔기때문. 주변 상인들은 열어두었던 가게 문을 '쾅'하고 닫았다.
2년 전에 동구로 이사 온 이모(35'방촌동) 씨는 퇴근 후 K2에서 발진한 전투기 소음이 들리면 2세 된 딸을 끌어안기 바쁘다. 전투기 굉음때문에 딸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울기때문. 4세 된 아들도 전투기가 뜨면 이 씨에게서 떨어질 줄 모른다. 이 씨는 "도심에서 전투기 굉음으로 고통받는 곳은 대구뿐일 것이다. 빨리 이사를 가야 겠다"고 말했다.
◆판결 앞두고 주민간 위화감=방촌동 방촌현대맨션과 용계동 용계은하아파트 주민들은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슈퍼마켓, 세탁소 등 생활편의시설을 공유하며 수십 년째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사촌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의 소음배상 판결이 나면서 이웃 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주민들이 낸 소음피해 소송 과정에서 방촌동은 소음이 85웨클 이상이고, 용계동은 85웨클 미만으로 조사됐기 때문.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전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9월쯤 내려질 대법원 판결도 방촌동 주민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용계동 주민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했다.
방촌현대맨션 상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수십 년간 용계동과 방촌동 주민들이 똑같이 소음피해를 입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누구는 보상금을 받고 누구는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분개했다.
은희진(58) K2이전 추진단 집행위원은 "대법원 판결은 실제 소음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보상기준 선정 시 일방적으로 용역을 주지 말고, 주민이 인정하는 시민단체나 주민대표도 참여시키는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 못한 주민들도 불만=소송을 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도 불만이 많다. 시간과 비용때문에 소송을 하지 못한 주민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모(54'여'동구 용계동) 씨는"현실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소송인데 서민들이 무슨 돈과 시간이 있어 소송에 매달릴 수 있겠냐"며 "주민소송제 방식을 도입해 주민들의 이익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소송제는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이나 납세자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공익소송 제도다.
은 집행위원은 "K2 기지 때문에 북구와 동구 70만 주민이 생활에 큰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또 인구 밀집지역이어서 자칫 비행기 추락 등 대형사고 위험에도 직면해 있다"며 "기지 이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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