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미군부대 이전론 고개 들어

"캠프 캐럴, 이제는 나가 주세요!"

전직 미군의 고엽제 매립 증언으로 칠곡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특히 칠곡지역에서는 '차제에 미래의 지역발전을 위해 미군기지인 캠프 캐럴의 지속적인 존치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되살아나면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50년 전 한적한 농촌지역이었던 왜관에 주둔한 캠프 캐럴은 지역민들에게 항상 긍'부정적인 두 얼굴로 비치면서 존재해왔다. 미군기지가 소재한 다른 시군들이 미군기지 이전이나 폐쇄 운동을 벌일 때마다 칠곡지역에서는 "그래도 50년 동안 부대낀 애증(愛憎)이 어딘데"라며 넘어가곤 했다.

실례로 2006년 말 광주의 미 육군 방공여단 방공대대(일명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가 캠프 캐럴로 이전을 할 때도 칠곡 주민들은 큰 반대의사를 표출하지 않았다. 기존 미사일 부대의 주둔지였던 광주 시민단체들의 극렬한 반미정서에 부딪혀 캠프 캐럴로 이전해온 것이다.

1960년도부터 주둔한 캠프 캐럴은 지역민들에게 어려울 때 고픈 배를 채워주는 등 '지역경제를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기지촌 문화'도 낳았다는 어두운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다.

주민 김모(73'왜관읍) 씨는 "미군기지가 들어오고 초창기에 미군과 근로자들이 돈을 펑펑 뿌리고 경제를 살렸다고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어려운 시절에 배고픔을 해결할 일자리(미군부대)를 줬다는 자체가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탄력을 받은 국내 경제가 1980년대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미군기지만 바라보던 칠곡지역 사정이 서서히 달라지게 됐다.

바로 지척에 LG, 삼성 등 대기업이 대거 들어와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등 미군부대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자 그때야 주민들 사이에서 미군기지에 대한 어두운 측면이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

특히 전국적으로 갈수록 반미감정이 높아지자 미군들은 자체적으로 외출금지 등 점차 자정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주변 식당이나 유흥업소들의 극심한 영업난이 장기화되고, 결국은 이들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점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여기다 지역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미군기지가 도시 중심부 최고 알짜배기 땅을 깔고 앉아 도시개발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고, 심심찮게 범죄행위도 일삼는 등 미군기지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졌다.

급기야 1996년 이후부터 칠곡군의회는 임시회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미군부대 이전대책에 대한 질문서와 미군 부대 이전촉구 결의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미군기지 땅찾기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캠프 캐럴에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독극성 고엽제를 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왜관지역을 중심으로 캠프 캐럴의 무용론과 유해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예전처럼 미군들이 지역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시내 요지를 차지하는 바람에 시 승격에 나쁜 영향만 주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교부세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껴안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미군기지 이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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