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기업 MRO, 계열사 이외에는 중단하라

삼성과 LG그룹이 중소기업의 원성을 사고 있는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범위를 계열사와 1차 협력사로 축소하고 다른 대기업과 2차 이하 협력사, 정부, 공공기관의 구매 대행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모성 자재를 생산'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나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재벌은 지난 2000년부터 MRO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사무용품, 청소용품, 공구 등의 구매를 대행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중소업체의 판로를 개척해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문제는 재벌 MRO 회사가 계열사 구매 대행을 넘어 협력업체와 MRO 계열사가 없는 다른 대기업, 정부 등 공공기관의 납품 물량까지 모두 쓸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탐식(貪食)의 결과 재벌 MRO 회사의 매출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MRO 시장 1위 업체인 LG 서브원의 경우 2007년 1조 5천889억 원에서 지난해 3조 8천794억 원으로 2.4배나 늘었다. 이 중 MRO 매출액은 2조 5천314억 원으로 전체의 65.3%에 이른다. 기껏해야 몇백 원에서 몇만 원밖에 안 되는 소모성 자재 사업으로 이렇게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결국 중소업체의 몫을 빼앗았다는 뜻이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DNA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공정해야 한다. 면장갑이나 볼펜, 대걸레 등의 품목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보잘것없는 밥그릇을 뺏는 것이다. MRO의 원래 취지가 계열사가 구매할 물건을 싸게 구입해 경비를 줄이는 데 있는 만큼 1차건 2차건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그만둬야 한다. 또 다른 대기업 MRO 업체도 미적거리지 말고 삼성과 LG의 결정에 속히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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