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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위 늑장 대응이 대기업 불공정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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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업체의 원성을 사고 있는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사업에 대해 실태 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대기업 MRO 회사가 사업을 계열사 이외에 협력업체나 정부'공공기관으로 확장하면서 중소업체의 사업 영역 침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모기업이 계열 MRO 회사에 물량 몰아주기로 편법 상속을 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대기업 MRO 회사의 마구잡이 시장 잠식으로 중소업체가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것이 언제인데 이제 와서 조사하겠다는 것인가. 대기업의 MRO 시장 진출은 지난 2000년경부터 시작됐다. 그 사이 국내 MRO 시장은 연간 27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 과실은 대부분 대기업 MRO 회사가 가져갔다.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구매 대행 사업을 협력업체 등 다른 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면서 중소업체의 물량을 쓸어간 결과다.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MRO 회사의 시장 잠식 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하고 여론에 호소했지만 공정위는 귀를 닫고 있었다. 그 사이 많은 중소업체가 죽어나갔다. 지난 25일 삼성과 LG가 계열사와 1차 협력업체를 제외한 다른 기업과 공공기관 대상 사업은 중지하겠다고 했으나 중소업체는 "중소기업 다 잡아먹은 뒤에 그런 소리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는 반응이다.

공정위의 조사가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대기업 독식이란 현실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위가 중소업체의 비명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이렇게 늑장을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검찰'이란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가. 공정위는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이번 조사에서 그런 과오를 되갚도록 최선을 다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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