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했다. 북구 산격동에 있는 '대구 엑스코(EXCO)'다. 2001년 개장 당시 고속국도를 통과할 때 유통센터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구조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국제 행사가 잦아지면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초라해지기 시작했고 곧바로 시설을 2배로 늘리는 증축 공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19일, 구관 남쪽에 지하 2층'지상 5층'연면적 5만 7천642㎡ 규모의 시설이 완공되면서 국제전시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도시에 국제회의 기능을 갖춘 이 정도의 컨벤션센터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욱 뜻 깊은 것은 전국 최초로 탄소 제로(0)의 그린(green) 컨벤션센터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최대인 222㎾급 대규모 태양광 설비가 있는데다 신관에는 태양광은 물론, 태양열'지열'자연 채광'빗물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연간 1억 원 이상의 전력 비용을 절감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실감이 난다.
문제는 이 대형 컨벤션센터가 국토 동남권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바로 부산 벡스코(BEXCO) 때문이다. 지금 부산 벡스코는 증축 공사가 한창이다. 벡스코는 엑스코와 같은 해에 개관했지만 규모는 사뭇 다르다. 내년 6월 증축 공사가 끝나는데 전시장 크기만도 4만 6천여㎡로 대구 엑스코의 2배에 달한다. 특히 계단식 회의시설인 오디토리움은 4천여 석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4배 규모에 달한다. 게다가 코앞에 해운대가 펼쳐져 있어 주변 환경 여건도 대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엑스코는 지난 10년간 전시 행사로 1천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지만 벡스코는 내년 6월 열리는 라이온스 부산세계대회 하나만으로도 3천억 원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전시장 규모 면에서 두 시설물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따라서 평면적인 경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 엑스코를 '그린' 쪽으로 단장한 것은 좋은 방향 설정이다. 비슷한 시설물이지만 특화(特化)를 달리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칫 두 지역의 컨벤션센터가 국제회의 유치를 위한 이전투구의 장(場)이 될까 두렵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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