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도끼, 나무 지게, 소고삐, 삽, 호미…. 농부에게는 일상적인 작업의 도구들이지만 조각가 서상교에겐 특별한 예술 매체들이다. 작가는 농경문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일관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삶과 자연이 빚어낸 농기구와 곡물 알갱이들에서 조소의 원천을 발견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오브제를 연출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기쁨과 애환, 대지에 대한 사랑과 자식 사랑. 이는 유년기부터 몸으로 체득해온 미감의 원천이고 한국인의 뿌리 깊은 정서에 기대고 있다.
'보리'는 어떤 땅에서 살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도에서는 보리 알갱이의 크기를 기본 단위로 했다고 하고, 인류 생명 보전의 상징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게 '보릿고개'는 춘궁기를 의미하며, 그래서 보리와 그것이 담긴 포대자루는 목숨의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닥죽으로 형상화한 포대자루 50여 개와 테라코타로 만든 보리모양 1천500여 개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4m로 확대한 보리모형도 인상적이다. 가마니에 LED 조명을 가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찢기고 주름진 마대자루의 모습은 한국 농부들의 깊은 주름살을 연상시킨다. 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053)420-8015.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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