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말할 수 없는 애인(김이듬 지음/문학과 지성사 펴냄)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로 잘 알려진 김이듬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말할 수 없는 애인'을 펴냈다. 전작에서 그랬듯 이번 시집에서도 김이듬은 머리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쓴다. 하여 김이듬의 시는 말 그대로 '터져 나오는 비명' 같다. 피와 절규와 난동과 행패가 이어진다. '욕설'이 터지고, 주먹이 오가고, 피가 튀는 가운데 '말할 수 없는 애인'들은 자기들만 아는 에로틱한 눈빛을 교환한다.

술자리에 마주 앉아 건배를 하고, 이따금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철썩철썩 번갈아 가며 상대의 따귀를 힘껏 올려붙이는 아름답고 나쁜 연인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이듬의 시는 그렇다. 시인은 "삐걱거리는 책상, 치고받는 부모와 우는 계집애, 그치지 않는 빗소리, 내가 죽인 애인들의 빛나는 얼굴, 쓰레기와 오물, 떡이 된 고양이, 입구에서부터 달려와 내 몸을 푹 쑤시고 마구 애무하다 사라진 이 모든 것들의 뿔, 진흙처럼 흘러내리던 시간들이 이 시집을 지었다"고 말한다.

'넌 이제 연회장에서 나와 꽃과 리본으로 장식한 차를 타는구나/ 잘 가/ 넌 이제 구속을 얻었구나/ 밤새 신부와 그 들러리들과 춤을 출 테지/ 이 동네 최고의 미녀와 돈 많은 장인을 가졌다고/ 그것이 능력이라고 능력이 곧 자유라고 주례사가 한 말이 뻥이 아니라면'-옥상에서 본 거리- 중에서. 199쪽, 7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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