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주변. 30대 남성 2명이 '금연거리' 현수막 아래에서 담배를 빼어 물었다. 담배 연기가 퍼지자 곁을 지나던 행인들이 손으로 담배연기를 휘저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 일대는 대구 중구청이 지정한 '금연거리'다. 하지만 가게 앞이나 벤치 주변에는 어김없이 흡연자들이 눈에 띄었고, 거리 곳곳에 비치된 쓰레기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이 일대에서 30분 동안 발견한 흡연자만 40명이 넘었다.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원에서도 담배 연기를 피하기 어려웠다. 같은 시각, 중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도 흡연자들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와 산책을 하던 주부 강나래(32'수성구 수성동) 씨는 "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쉬는 공원에서조차 아이가 담배연기를 피할 수 없다는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금연 구역 흡연 시 처벌 규정이 강화되고 있지만 대구 도심은 여전히 '흡연 자유지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건강진흥법 개정과 함께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지만 대구시와 기초단체의 관련 조례 제정은 지지부진해 실질적인 단속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하루 빨리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해 3월 '금연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동성로 한일극장에서 중앙치안센터까지 300m 구간을 금연거리로 지정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홍보 및 계도만 가능할 뿐 단속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과태료 부과 기준을 담은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대구시가 조례를 통해 과태료 부과 기준을 만들 경우 각 기초단체에서도 단속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대구시의 조례 제정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올 상반기에는 금연 구역 지정 및 단속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자마자 이달 초부터 광화문과 청계천 광장 등 도심 주요 광장을 금연 구역으로 정하고 흡연이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대구시가 늑장을 부리는 사이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직장인 김영(28'여) 씨는 "흡연자들이 길거리에 내뿜는 담배연기를 피해 걷느라 진땀이 난다"며 "서울시는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원을 물린다던데 대구시도 강력한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옥남(62'여'중구 동인동) 씨는 "간접 흡연뿐만 아니라 거리를 더럽히는 담배꽁초와 가래, 침 등이 더욱 불쾌하다"며 "2011세계육상대회 등 큰 국제 행사도 앞두고 있는데 언제까지 미뤄둘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조례 입안과 관련된 자료를 대구시의회에 넘긴 상태"라며 "구'군마다 과태료가 달라 혼란을 겪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올해 안으로는 입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크지고 있지만 여전히 황소걸음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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