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값 등록금'문제 대구는 왜 조용?

등록금 동결 학내 분규 탓…지방 낮은 취업률도 한몫

대구지역 한 대학생이 4일 오후 중구 동성로에서 반값등록금의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 및 1만 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지역 한 대학생이 4일 오후 중구 동성로에서 반값등록금의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 및 1만 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서울 대학가가 '반값등록금' 문제로 시끌벅적하지만 대구권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학생 1인 시위가 있었고, 올해 등록금 2.8%를 인상키로 한 영남대를 중심으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지만 지역 사회 이슈로 떠오르진 못하고 있다.

오는 10일 예정된 동맹휴업에 참가하는 대학도 없고, 같은 날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반값 등록금 촛불문화제에도 참석 의사를 밝힌 대학생은 50여 명에 불과하다.

서울과 대구지역 대학생들의 온도차가 크다. 왜 그럴까. 수도권 대학생들은 기본 생활비에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세도 감당하기 힘든데다 등록금까지 연간 1천만원대에 이르러 '살인적 환경'이라는 것.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정유리(25'여) 씨는 "서울은 워낙 방값과 물가가 비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부모님께만 의지할 수 없다"며 "등록금을 줄여 효도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는데 드는 노력과 시간을 자기계발에 쏟겠다는 인식이 더 앞선다"고 말했다.

대구권 대학가에서는 5개 대학 중 4개 대학의 등록금이 올해 동결되고 대학법인화, 재단정상화 등의 이슈에 묻히면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영남대 총학생회 김태우(26'신소재공학 4) 회장은 "영남대는 등록금 2.8% 인상안을 두고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등록금이 동결된 타 대학들은 아무래도 비싼 등록금 문제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구대와 경북대는 옛 재단 복귀 반대와 법인화 반대 이슈가 더 큰 관심사다.

경북대 총학생회 권승우(25'정치외교학과 4) 회장은 "현재 경북대는 법인화 반대 투쟁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어 반값 등록금 문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석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서울에 비해 대구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률이 낮다보니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이슈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대구는 평균 소득이 낮아 서울보다 등록금으로 인한 고통이 더욱 큰데도 지역 대학생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의외다"며 "서민들을 옥죄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역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