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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사치와 문명(장 카스타레드 지음/이소영 옮김/뜨인돌 펴냄)

부정적 어감이 강한 '사치'(奢侈)란 단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신선하다. 지은이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행위, 문화 예술적 욕망 등을 모두 '(문화적 동력이 된) 사치'라 규정하고 있다. 사치는 바로 인류 문명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든 동인(動因)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저자는 기원 전과 기원 후로 나누어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역사에 새겨진 주요 문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문명 구성원들의 사치 행위(예술품'유적'그림'조각 등)를 예술과 문명의 범주에서 분석 접근한다. 그 가운데 인도의 타지마할에 대한 글이 눈길을 끈다. 타지마할은 17세기 샤 자한 황제가 자신이 사랑했던 오아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22년에 걸쳐 마크라나에서 가져온 벽돌에 갖가지 보석으로 꽃문양을 새겨 만든 궁정 형식의 묘지다. 이에 대해 영국의 한 건축가는 "인도 건축은 각 부족과 각 인종이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자신의 신앙을 새긴 돌로 만든 커다란 책과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른 모든 문명에서처럼 사치품에서 나타나는 인도의 특수성은 여러 문화의 혼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특수성은 영국의 식민 통치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이곳에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독창적인 문화유산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저자는 정신적 고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치의 복원을 염원하면서 글을 끝맺고 있다. 352쪽, 2만2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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