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읽기] 술의 노래 酒歌(한이펑(韓毅峰) 저/2002/中國社會出版社 펴냄)

술이 부르는 솔직한 노래

후텁지근한 여름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간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이유는 술이 세상에서 가장 마력적인 음료이기 때문입니다. 한이펑이 저술한 술 예찬서 '주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물과 같이 무색투명한 음료가 배 속으로 흘러들면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사람은 행복구덩이로 던져집니다. 술은 시(詩)입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격정으로 채웁니다. 술은 노래입니다. 가슴마다 뜨거운 정이 넘쳐나게 합니다. 술은 정령입니다. 사람 사이를 가르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뜨립니다. 술은 비입니다. 상심한 마음의 밭을 촉촉하게 합니다. 술은 바람입니다. 가슴 밑바닥에 눌러 붙은 고통들을 날려버립니다. 술은 불입니다. 출정하는 영웅호걸들의 비분강개를 격발시킵니다. 술은 물입니다. 사람을 한없이 다정다감하게 만듭니다. 또한 술은 쾌락의 여신입니다. 뜨거운 축제의 분위기를 더 한껏 고조시킵니다. 만고에 술이 없는 연회가 없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술은 이율배반적이기도 합니다. 때로 일을 성사시키기도 하지만 실패하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술잔에 빠져죽은 이가 바다에 빠져 죽은 이보다 더 많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물론 술의 이중성은 술 탓이 아닙니다. 술 먹는 사람 제 탓입니다. 왜냐하면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酒不醉人人自醉). 술은 사람을 천사로 만들기도 하고 악마로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을 지옥의 나락에 떨어지게도 하고 천당에 오르게도 합니다.

약이자 독인 술을 누가 처음 발명했는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많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하나라 초기 대우(大禹)의 부하 의적(儀狄)이 뽕나무 잎으로 싼 밥을 발효시켰고, 그렇게 자연 숙성된 술을 대우에게 바친 것이 계기가 되어 후대에 술 제조기술이 전승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주장은 자연 발효된 과즙을 원숭이가 발견하여 처음 음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본 사람들이 따라 마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이 술을 언제 발명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중국에서 술이 인공 제조된 지 5천년이 넘었다고 정리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술은 중국역사를 꾸린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진정한 친구였다고 결론짓습니다.경북대 한중교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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