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가 경기도 고양시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구팬 등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4시즌(10-9-10-10위) 동안 최하위만 세 번 기록하는 등 성적이 추락하며 멀어진 팬들의 관심을 트레이드를 통한 팀 리빌딩 등 적극적 투자로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연고지 이전이란 손쉬운 방법으로 다시 그러모으겠다는 발상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 정착하려는 의지 없이 뜨내기 구단 역할을 하던 오리온스에 강한 애정을 보였던 대구시민들은 연고지 이전이란 뒤통수치기에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힌 오리온스는 필요없다"며 "대구를 떠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 추진 사실은 고양시 관계자가 한 스포츠 전문지에 밝히면서 드러났다. 오리온스는 고양시와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장소와 시간까지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스 관계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프로농구단이 모기업의 교체 없이 연고지만 옮긴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프로농구의 경우 2001년 모비스가 기아를 인수하면서 부산에서 울산으로 새 둥지를 틀었고, 같은 해 KCC 역시 대전 현대를 인수해 전주로 이사했다. 프로농구 원년 광주를 연고로 창단한 나산 플라망스는 골드뱅크로 갈아탄 후 코리아텐더에 넘어가면서 연고지를 여수로 옮겼다가 2003년 KTF가 프로농구에 뛰어들면서 부산에 정착했다. 프로야구에서도 모기업이 교체되면서 팀명이 변경되긴 했지만 연고지를 옮긴 사례는 없다. 프로구단의 존재 자체가 '연고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리온스를 응원해온 지역 농구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농구팬은 "오리온스가 대구에 둥지를 틀고 1998-1999 시즌 32연패를 했을 때도, 챔피언이 되었을 때도 지역 팬들은 한결같은 응원을 보냈다. 프랜차이즈 팬들의 의사를 들어보지도 않고 연고지를 옮기겠다는 것은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오리온스는 프로농구 초창기부터 강호로 자리 잡았다. 1997시즌과 1997-1998 시즌 당대 최고의 스타 전희철과 김병철을 보유하며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01-2002 시즌 통합우승을 포함해 2006-2007 시즌까지 6차례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나 이후 4시즌 동안 거둔 총 승수는 60승에 불과했고, 그 사이 성적은 10-9-10-10위로 곤두박질쳤다.
2009년에는 '특급 스타' 김승현과의 이면계약 사실이 불거지면서 구단의 부도덕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모그룹인 오리온 오너 일가가 회사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이고 최고급 외제 차량을 리스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은 100억원이 넘는 회사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른 용도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한편 프로농구연맹(KBL) 사무국에 따르면 구단은 원칙적으로 연고지를 변경할 수 없고, 다만 특별한 사유로 연고지 변경이 필요한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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