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동인동 한 이면도로에서 길이 7m, 수령 30년 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밑동이 썩어 무너졌다. 길 가던 초등학생이 나무에 깔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인근 건물 안에 있던 시민 수십 명이 놀라 바깥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대구 중구에서만 올 들어 가로수 3그루가 쓰러지는 등 도심 곳곳에서 병든 채 방치된 가로수가 갑작스레 넘어지면서 사고 위험뿐 아니라 가로수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태평로 부근과 삼덕동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졌다"며 "가로수들이 주변 건물과 맞닿아 뿌리가 뻗어가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8개 구'군에 있는 가로수는 18만2천233그루로 이 중 은행나무가 25.9%(4만7천341그루), 느티나무 21.1%(3만8천525그루), 양버즘나무가 18.2%(3만3천318그루)를 차지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정기 점검을 하지만 5천 그루가 넘는 가로수를 혼자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수목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이 대구의 지리적 조건과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가로수를 심어 이 같은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명대 김종원 교수(생물학과)는 "대구는 매우 더운 도시여서 가로수가 수분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는다. 수분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수종을 골라야 하고 앞으로 거대한 크기로 자랄 은행나무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수영·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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