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파리. 몰락한 러시아 황실의 장교였던 부닌(율 브리너 분)은 초라한 행색의 여인을 추적한다. 여인은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강물로 뛰어들려고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저지된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코레프(잉그리드 버그만 분)로 로마노프 왕조의 공주인 아나스타샤와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부닌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이 여인을 이용해서 로마노프 왕조의 막대한 유산을 받아낼 속셈으로 그녀를 강제 훈련시킨다. 안나는 차츰 정신적인 안정을 찾게 되고 부닌조차 그녀가 실제 아나스타샤 공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공주로서의 위엄까지 보이지만 러시아 귀족들은 그녀를 반신반의한다. 결국 부닌은 최후의 수단으로 아나스타샤 공주의 할머니 마리아 페오도로브나를 찾아가기로 한다. 안나는 할머니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부닌은 그녀를 설득해서 마리아 페오도로브나가 살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향하는데….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는 17세기부터 약 300년간 군림했는데, 1917년 러시아혁명에 의해 이 로마노프 최후의 왕가 니콜라이 2세 부부와 네 딸, 막내아들은 모두 사로잡혀 시베리아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그 이듬해인 1918년 6월 16일 지하로 끌려가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런데 막내딸인 아나스타샤 니콜라예브나도 함께 처형했는지 여부는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그녀의 생존설이 나도는 가운데 자신이 아나스타샤임을 내세우는 여성들도 여럿 등장했고 그중에 애나 앤더슨이란 여성이 가장 유명했다. 로마노프 왕조의 법적 재산 상속자로 인정받기 위한 그녀의 소송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으나 끝내 기각당했고 프랑스의 마르셀 모레트는 이 세기의 미스터리를 소재로 동명의 희곡을 써서 1954년 무대에 올렸고, 아서 로렌츠 등이 이를 각색하여 이듬해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잉그리드 버그만이었다. 이 작품은 유부남과의 결혼이라는 치명적인 스캔들을 일으키고 영화계를 떠났던 잉그리드 버그만이 7년 만에 돌아온 복귀작이다. 당시 41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고한 공주와 혼돈에 빠진 가련한 여인의 내면을 훌륭하게 그려내며 1956년 '뉴욕 영화 비평가상'을 비롯해 1957년 '골든 글로브'와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또한 율 브리너는 전매특허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러닝타임 105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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